시(시인)

가장 아름다운 시가 노래가 됩니다 -나태주

blueroad 2015. 5. 5. 21:41

 

 

 

가장 아름다운 시가 노래가 됩니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 태 주

(시인, 공주문화원장)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언어입니다.

언어에 의해서 인간은 비로소 인간다워지고 문화와 문명은 발전합니다.

민족의 존재이유나 성립 또한 고유한 언어의 유무에 달렸으며

특히, 고유한 문자를 가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소중하여 그 민족이나 국가의 자존의 근원이 됩니다.

 

다행히 우리 한민족에게는 일찍이 조상 대대로 사용해오던 아름다운 한국어가 있어왔고

세종임금에 의해 창제된 매우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한글이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 문화민족임을 이런 데서 입증하는 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가진 언어로 표현되는 문학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장르는 시입니다.

 소설이 사건에 바탕하고 수필이 생각에 근원을 대며 평론이 논리에 의지한다면

시는 어디까지나 인간 감정을 기본으로 삼습니다.

이 가운데 시만을 운문이라고 하고 여타는 산문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시가 여타 문학의 질서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시는 아담하고 짧은 문장 안에 감정을 형상화하여 이미지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시는 외형적이든 내면적이든 리듬을 지니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 시인들은 산문형식의 시를 선호하고 파괴적인 이미지를 구사하기를 좋아하는데

이는 시의 속성을 잘 몰라서 그런 것입니다.

 

흔히 나는 말하곤 합니다. ‘산문이 100명에게 한 번씩 읽히는 문장이라면

시는 한 사람에게 100번씩 읽히는 문장이다.

뿐더러 산문은 그 작가가 살아있는 동안만 생명을 유지하는데 비하여

시는 시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오래 살아남아 시인 없는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시의 강점이요 특별하고 훌륭한 점입니다.

시야말로 인간 정신의 표현이고 영혼의 드러남입니다.

인간에게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은 시가 있다는 것이요

시가 있다는 것은 또 영혼이 있다는 하나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실로 시는 영혼의 황금덩이와 같은 그 무엇입니다.

 

시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좋은 시가 노래가 됩니다.

노래가 되면 시는 날개를 답니다.

날개를 달고 멀리 멀리 날아갑니다.

때로는 언어의 장벽까지 넘어서 멀리로 가서 아지 못할 사람들의 위로가 되고

그 사람의 가슴에 꽃다발이 되어 안깁니다.

 

시가 노래가 된다는 것은 시인에게도 아름다운 축복이요 또다시 감사입니다.

이런 점에서 시인들은 작곡가나 음악연주가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실상 유명한 시인들은 보다 많은 시가 작곡되어 노래 불리고 있는 시인들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김소월 시인입니다.

 

시가 노래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적인 요소를 갖추어야 합니다.

우선 시어가 아름답고 형식이 단아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의 내용이 인간의 근본적인 정서에 맞닿아 있어서 감동의 폭이 넓고 오래 가야 합니다.

 또 약간의 외재율이나 내재율이 있어야 합니다.

나의 경우 60편 가까운 시가 작곡되어 노래로 불려지고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한 시인으로서 이는 행운에 가까운 일입니다.

 

특히 대전케이비에스 동요 캠프에 참여하여 어린이들과 함께 시를 쓰고,

그 시를 다듬어 작곡가들에게 의뢰, 노래로 만들어 함께 노래 불러본 것은

생애 가운데 참 아름다운 추억 가운데 하나입니다.

어쩌면 그 때 캠프에 참여하여 함께 시를 짓고 노래를 만들고

 또 그렇게 만들어진 자기의 노래를 불러본 어린이들은 평생 동안 그 아름다운 추억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요즘 그런 행사나 기획이 드문 것은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청소년의 정서 순화를 위해서라도 이러한 기획과 사업은 계속되어야 하고 진흥되어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내가 오랜 세월 초등학교 선생을 한 사람인데 초등학교 교실에서 오르간이 사라지고

 피아노가 자주 활용되지 않음은 매우 섭섭한 일입니다.

오르간이나 피아노 자리를 오디오세트가 대신하고 있는 실정을 봅니다.

 이는 매우 염려스러운 사태입니다. 필히 반성하여 고쳐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방송매체에서 동요 프로그램이 약화되고

동요행사가 드문 점도 걱정스럽고 개탄스런 일입니다.

 이것이 모두가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나 대중적인 인기에 현혹되어서 그렇습니다.

대중매체에서 동요를 다룸은 하나의 의무이며 교육이며 미래에의 투자입니다.

이 점을 요소요소 중요한 부서에 계신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지적인 내용보다 정서적인 내용입니다.

우리에게 행불행을 주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감정입니다.

오늘날 모든 사람들이 화가 나 있음을 봅니다.

앵그리 버드란 장난감이 있지만 앵그리 보이가 문제이고 앵그리 맘이 문제입니다.

이를 다스리고 치료하고 안내하는 방법은 오직 노래 밖에는 없다고 여겨집니다.

 

 시인들도 노래로 작곡되기 알맞은 시를 쓰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 길이 시를 살리는 길이고 인간을 돕는 길이고 시가 또 영원히 사는 길입니다.

우리들의 오늘날 울화와 불행감과 열등감을 아름다운 노래가 근본적으로 치유해줄 것으로 믿어집니다.

 

마땅히 시인들이 분발하고 작곡가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노래 부르는 분들,

학교 선생님들이 또 좋은 생각을 가지면서 동참해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이 문제야말로 공통의 문제요 함께 풀어야 할 난제라고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