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 어딘가에 자리 잡은 춘천이 달라지고 있다. 요즘 춘천에는 예술과 문화의 향기가 가득하다. 꽉 막힌 도로 대신 기차를 타고 호젓하게 떠나는 달라진 춘천 여행 가이드. 닭갈비와 남이섬으로만 기억되는 춘천은 옛말이다.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거리, 여전히 여전히 깨끗한 자연의 매력에 빠져 제주처럼 춘천으로 이주하는 젊은이도 늘고 있다. 길이 뚫리니 사람이 모여들고 그 안에서 문화가 생겨난다.
소양강을 따라 물길과 산책길이 나고, 그림 같은 도시의 모습 속에 다양한 볼거리가 넘쳐난다. 물과 산이 많은 춘천에는 지금 봄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여행지가 가득하다. 나른하게 봄볕을 즐기며 차 마시기 좋은 테라스 넓은 카페와 물길을 따라 조성된 둘레길, 도시 구석구석에 있는 문화공간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온몸으로 봄을 느끼는 활동적인 체험을 하거나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여유있게 쉬기에 그만이다. 구석구석 춘천 누비기 팔을 크게 한 번 휘저으면 풍경을 향해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카누와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덱 위를 바퀴로 굴려 호수 바람을 들이킬 수 있는 자전거, 천천히 자박자박 걸으며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걷기길'이 춘천을 둘러싸고 있다. 문화 예술 공간도 다양하다. 취향 따라 골라 춘천을 구석구석 누벼보자.
▲ 본래 어린이회관으로 지어진 건물이지만 지금은 상상마당 춘천으로 활용되고 있다. 호수를 따라 흐르는 예술 춘천 MBC와 상상마당 춘천이 형제처럼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널찍한 광장에서도 의암호가 펼쳐져 있다. 워낙 경관이 좋은 곳이라 오래전부터 춘천 시민들의 나들이 장소로 각광 받아왔던 곳이다. 상상마당 춘천 건물은 1980년에 지금은 고인이 된 김수근 건축가가 '강원 어린이회관'으로 설계해 지어졌지만 오랫동안 방치되다가 2014년 KT&G가 인수한 뒤 활기를 되찾았다. 여행자들에게는 한적한 오후의 휴식 같은 시간을 제공한다. 아늑한 온기를 품은 붉은 벽돌 건물은 외부에서 보면 해의 각도에 따라, 실내에서는 조명과 창으로 들어오는 볕에 따라 표정이 달라진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저 깊은 곳에 잠재된 호기심과 상상력이 깨어나는 공간이다. 마르셀 뒤샹의 작품 <샘>에 적혀 있는 'R.mutt 1917'에서 따온 카페 이름처럼 누구나 예술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암호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테라스 자리가 매력적이니 공지천과 상상마당을 산책한 뒤 들러보자.
▲ 재활용품으로 만든 입체 조형물들이 골목 구석구석에 배치되어 걷는 재미가 있다. 도시 개발로 주민들이 떠나 버려 효자동에 춘천시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힘을 합쳐 생활문화 공동체 만들기의 일환으로 골목 곳곳에 그림과 조형물을 설치해 '낭만골목'으로 변신시켰다. 효자동의 유래인 '반희언과 새끼호랑이' 이야기가 마을 곳곳에 그려진 그림에 숨어 있다. 재활용품으로 만든 입체 조형물도 있어 골목 구석구석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린이도서관문화재단이 설립 운영하는 사립 공공 어린이 도서관이다. 춘천까지 가서 웬 도서관인가 하겠지만 담작은도서관에는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창문으로 만들어진 다락방과 미끄럼틀로 이어지는 책장이 있고, 집처럼 편안하게 엎드려서 책을 읽어도 된다. 딱딱한 도서관이 아니라 놀이처럼 신나게 놀다 보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곳이다. 주말에는 부모님을 위한 강좌나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되니 미리 체크하고 방문하면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다.
▲ 구봉산 투썸플레이스.는 하늘을 걷 듯 사방이 유리로 된 스카이워크 덕분에 유명새를 치르는 중이다. 발 아래 펼쳐진 노을지는 춘천 풍경 춘천 시내와 의암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구봉산 자락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모여 있다. 카페 투썸플레이스에는 마치 하늘을 걷는 듯 유리로 된 스카이워크가 있어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다.
▲ 그리스 산토리니 분위기가 물씬 나는 전망 좋은 레스토랑. 그리스풍의 종탑이 춘천 시내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구봉산에서 시내를 바라보는 방향에 자리한 카페들은 대부분 시원스러운 풍경을 자랑하니 어디를 선택해도 후회는 없다.
▲ 카누 타고 물레길 한바퀴. 미끄러지듯 물길 위를 걷기, 카누 물레길은 카누로만 둘러볼 수 있다. 잔잔한 수면을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카누를 타고 물레길을 돌아보자. 초보자도 간단한 설명만 들으면 쉽게 배울 수 있다. 수심이 얕아 카누와 무동력선만 지나갈 수 있는 붕어섬 끝자락의 물풀숲은 카누를 타야만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이다. 중도를 한 바퀴 도는 중급자들을 위한 코스도 있으니 난이도별로 도전해보자. 출렁이는 실크 같은 호수 위에서라면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쑥스러운 이야기도 술술 흘러나올 것 같다. 조금 일찍 부지런히 움직이면 물안개 피는 이른 아침의 호수 한가운데에 신선처럼 떠 있을 수도 있다. 물 위에서의 1시간은 체감보다 훨씬 더 빨리 지나간다. 게다가 자전거를 빌리는 비용을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되돌려주는데 이 상품권은 춘천시 3군데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 의암호를 끼고 봄꽃 따라 걷는 고즈넉한 산책길.
문학의 향기를 느끼고 싶다면 김유정의 소설 <봄봄>, <동백꽃>, <금 따는 콩밭> 등의 배경이 된 마을을 중심으로 산자락을 따라 크게 도는 1코스 실레이야기길을 추천한다. 총 5.2km로 두 시간 남짓이면 둘러볼 수 있다.
총 14.2km라 걷기에 좀 부담스럽다면 자전거를 타거나 중간쯤인 춘천역부터 상상마당까지만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몇몇 구간은 자전거도로와 도보가 구별되지 않아 자전거는 속력을 낮추고, 걷는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 TRAVEL STAY
▲ 유서 깊은 김정은 가옥에서의 하룻밤. 고즈넉한 한옥에서의 하루, 김정은 가옥 일반 가옥과는 다르게 대청마루 앞에 햇볕 가리개가 있어 햇볕이 마루에 직접 들지 않아 여름에도 그늘에만 들어서면 시원한 바람이 지난다. 그 대청마루에 앉아 흔들흔들 마르는 빨래를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바람에 실려 흘러간다. 곳곳에 삶의 흔적이 묻어나 더 편안한 느낌이다. 한옥은 사람 손길이 닿아 완성되는 집이다. 때에 맞춰 바닥은 콩댐하고 인간문화재가 만든 한지로 벽지를 바른다. 온갖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사는 도시 사람들은 하루 묶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저절로 될 듯하다. 직접 로스팅한 커피와 계절에 맞춰 차리는 조식을 받으면 단순한 숙박이 아니라 사랑방 손님으로 대접받는 듯한 느낌이다.
▲ 북한강이 내다보이는 숲 속에 오롯이 자리한 펜션, 피그멜리온이펙트. 재즈 공연이 열리는 펜션, 피그멜리온이펙트 숲에 둘러싸인 듯하면서도 모든 객실에서 북한강이 보여 자연 속에 파묻힌 느낌을 준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실내 인테리어에 객실 내 스파 시설이 있어 편안히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소박하지만 알차게 차리는 조식 서비스도 제공된다. 매주 주말 저녁에는 라이브 재즈 공연과 마임 공연이 열려 숙소에서만 하루를 보내도 알차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주말 20~29만원(기준 인원 2인) / 문의: 033-263-2111
◆ TRAVEL FOOD ▲ 숯불에 노릇노릇 구워먹는 닭갈비와 막국수. 샘밭숯불닭갈비 기름이 쪽 빠진 닭갈비와 막국수는 다른 지역에서는 찾기 힘든 조합이다. 시내에 있는 닭갈비 골목에는 철판에 볶아주는 곳이 많고 신북읍 쪽에 늘어선 닭갈비 가게들에는 숯불에 요리해주는 곳이 많다. 한쪽에는 오래된 막국수가게가 그대로 있고 그 옆으로, 닭갈비와 막국수를 함께 먹을 수 있는 깨끗하게 단장한 가게가 더 생겼다. 옛맛을 그대로 간직한 매콤달콤한 막국수와 밑반찬도 기본 이상의 맛을 자랑한다. 가격: 닭갈비 1인분 1만원, 막국수 6000원 / 문의: 033-243-1712
▲ 뽀얗게 우러난 깊은 육수가 감명 깊은 할매삼계탕. 할매삼계탕 메뉴도 간단히 삼계탕과 매생이전복죽이 전부다. 얼핏 보면 뽀얀 국물에 일반 삼계탕도 비슷한 것 같지만 젓가락이 닿기 무섭게 닭고기가 부들부들 분리된다. 호두, 땅콩, 해바라기씨 등 11가지 견과류가 들어간 걸쭉한 국물은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난다. 매주 두 번, 한 번에 60단씩 담그는 총각무도 별미. 화려한 찬은 아니지만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와 정성스레 내주신 밥을 먹는 기분이 나는 곳이다. 가격: 매삼계탕 1만3000원, 매생이전복해물죽 1만원/ 문의: 033-242-9650
▲ 아를파이에서 맛 볼 수 있는 타르트. 아를파이 판매할 양 만큼만 예약제로 만들어 방부제를 넣지 않고 너무 달지 않은 것이 인기 비결. 감자타르트, 검은깨쿠키 등 강원도라서 비교적 싱싱한 농산물 공급이 쉬운 점을 잘 이용해 레시피도 꾸준히 개발한다. 그렇게 만든 감자타르트는 꾸준히 찾는 사람이 생길 만큼 인기 메뉴가 됐다. 신선한 제철 과일이 듬뿍 올라간 과일 타르트가 가장 인기 있다. 당일 판매할 양만 만들어 밤늦게 가면 원하는 파이가 없을 수도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방문할 것. 가격: 딸기타르트 5200원, 단호박파이 4800원, 호두파이 3500원 / 문의: 033-262-0065
아내들의 작업실 가게 이름처럼 친구 셋이 모여서 즐겁게 운영하는 쿠키와 케이크 공방이다. 생크림케이크는 주문받은 양만 만들고 공방에선 엄마의 마음을 듬뿍 담아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고 당일 아침에 구운 건강한 쿠키와 컵케이크를 판매한다. 자극적이고 단맛에 길든 사람들도 한번 먹어보면 담백하고 깊은 재료의 맛에 빠져 단골이 된다. 매주 토요일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생크림케이크, 노버트 초코칩 쿠키, 클레이 쿠키, 토르티야 피자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한다. 하루 두 번만 진행하고 한 타임에 4명씩만 가능하니 예약은 필수. 가격: 잭롤 1만5000원, 쿠키 4000원 / 문의: 033-252-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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