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피로감에 계속 밀려오는 졸음. 집중력은 떨어져 일이 손에 안 잡히고, 권태감도 인다. 졸음을 견디다 보면 머리까지 아파온다. 바야흐로 춘곤증의 계절이 돌아왔다. 춘곤증은 신체의 생리적 이상에 의해 나타난다. 봄이 돼 날씨가 따뜻해지면 추위에 익숙해 있던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은 봄의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을 약 2∼3주 갖게 된다. 바로 이 기간에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며 비타민B1, 비타민C를 비롯한 무기질 등의 필요량이 증가한다. 이 때문에 영양소들이 결핍돼 나타나는 증상이 춘곤증이다.
따라서 춘곤증 개선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양의 불균형 해소다. 대한민국 요리 명장으로 호텔에서만 30여 년 넘게 한식을 만들며 제철 식재료의 효능을 직접 검증해온 박효남(전무·사진) 세종호텔 총주방장으로부터 춘곤증에 좋은 식품에 관해 들어보았다.
#돌나물
돗나물 또는 돈나물로도 불린다. 칼륨, 칼슘, 인, 비타민C가 많아 나른함을 없애고 원기를 북돋워 주는 나물로 오래전부터 즐겨 먹었다.
특히 칼슘이 많이 들어있다. 100g당 칼슘 함량이 160㎎으로 이는 성인 남성 기준 하루 권장섭취량의 23.7%에 달하는 양이다. 배추(29㎎)보다는 5배나 많고, ‘칼슘의 보고’라는 우유(91㎎)보다도 훨씬 많다. 그래서 노인들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많이 권해지는 나물이다.
돌나물은 수분이 전체 성분 중 95% 이상을 차지한다. 그래서 피부가 건조하거나 평소 수분섭취가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유익하다.
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이소플라본이 풍부해 중년 여성의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조리 Tip
담백하면서도 아삭하니 씹히는 느낌을 살리도록 나물로 무쳐야 한다. 우선 손질 후 물에 씻은 후 물기를 털어준다. 고추장과 마늘을 넣고 물엿이나 매실청을 넣은 후 참깨를 넣고 숨이 죽지 않게 살살 무쳐준다.
#냉이
냉이는 이맘때면 나물로도 무쳐먹고, 된장국으로도 즐겨 먹는 식재료다. 향긋하면서도 쌉싸래한 맛이 사람의 오감을 자극해 춘곤증으로 나른해진 몸에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냉이는 몸의 신진대사는 물론 면역기능을 높여주고, 간 해독에도 일조하는 비타민C가 풍부하다. 냉이 100g당 74㎎으로 비타민C의 왕자로 통하는 감귤(44㎎)보다도 많다. 또 냉이의 비타민B1과 콜린 성분은 음주 후 숙취해소에 좋은 성분이다. 그래서 한방에서는 오래전부터 냉이가 해독작용을 하며 간 기능을 활성화시켜 준다고 했다.
냉이는 나물로는 드물게 단백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냉이 100g에는 3.4g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그래서 예전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에 구황식품으로 즐겨 먹었다.
▶ 조리 Tip
깨끗이 손질 후 물에 헹궈서 물기를 털어낸다. 고추장, 설탕, 식초, 마늘, 통깨를 넣고 무친다. 무치기 전 살짝 데치면 식감이 더 좋아진다. 국은 멸치 육수부터 먼저 만들어야 한다. 양파, 대파, 다진마늘 외에 감자나 표고버섯을 추가하면 풍미를 더 살릴 수 있다.
#씀바귀
봄철에 씀바귀를 많이 먹으면 한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다. 그만큼 몸의 원기를 채워주는 나물로 인정을 받았던 셈이다. 동의보감에서도 씀바귀에 대해 오장의 사기와 속의 열기를 없애고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킨다고 돼 있다.
씀바귀와 관련해 최근 주목받는 연구결과는 항산화 효과에 관한 것이다. 추출물이 토코페롤에 비해 항산화 효과는 14배, 항박테리아 효과는 5배, 콜레스테롤 억제 효과는 7배에 달한다는 국내 한 대학의 연구결과도 있다. 씀바귀는 소화불량에도 좋다. 쓴맛에 있는 치네올이라는 정유 성분이 소화액분비를 촉진시킨다.
민간에서는 오래전부터 간 질환 예방을 위해 쓴맛 나는 나물의 대명사인 씀바귀를 즐겨 먹었다.
▶ 조리 Tip
약간 쓴맛이 나기 때문에 끓는 물에 소금과 식초를 약간 넣고 데쳐서 찬물에 담가 우려낸 후 사용한다. 물기를 짜낸 후 고추장, 마늘, 식초, 설탕, 참기름, 참깨를 넣고 무친다. 신맛, 쓴맛, 단맛이 한꺼번에 입안에서 어우러져 식욕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