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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대한 자연과 집요한 인간이 함께 완성한 큰 바위 얼굴

blueroad 2014. 12. 21. 21:11

 

 

 

바위 높이만 18m나 되는 사우스다코타 주의 거대한 바위.

예사롭지 않은 눈빛과 근엄한 표정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 네 명이 나란히 어깨를 마주하고 있다.

마치 타이탄 같은 거인이 절벽에 자신의 얼굴 조각한 게 아닌가 싶다.

웅장한 러시모어 산 국립기념지의 대통령 흉상이다.

와이오밍 주의 끝없는 초원을 남에서 북으로 꼬박 이틀을 달리면

한라산 높이와 비슷한 러시모어 산 정상의 큰 바위 얼굴과 조우한다.

어릴 적부터 너무나 오고 싶었던 큰 바위 대통령 조각이 멀리 시야에 잡히자

가슴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엔진 소리처럼 쿵쿵 뛰기 시작한다.


러시모어 가는 길.

1만 년에 겨우 우표 길이만큼만 마모된다는 단단한 화강암.

그곳에 대통령 얼굴을 새기기로 한 사람은 거즌 보글럼(Gutzon Borglum)이다.

87년 전 거즌 보글럼은 첩첩산중 길 하나 없는 산꼭대기,

인구 80만 명인 사우스다코타주에서 공사를 시작했다.

그는 밀림 같은 이곳에 작업 도로를 내고 정상까지 원목으로 하나하나 계단을 만들었다.

무거운 권양기와 케이블을 높은 바위 위로 옮기기 위해 필살의 노력을 다했다고 한다.

당시 인부 중에는 어렵고 힘든 공사 때문에 도중에 하차하는 이도 수없이 많았다.

조각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후

그는 400여 명의 조각가와 함께 거대한 암석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먹고 자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조각이 완성되는 건 지켜보지 못했다. 심장마비로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그의 아들 링컨 보글럼이 유업을 이었고, 큰 바위 얼굴은 공사를 시작한 지 14년 만에 완성됐다.

마치 살아있는 듯한 눈매들을 가진 대통령 조각상.

정면에서 볼 때 맨 왼쪽이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다.

탄생 282주년 맞이하는 워싱턴 대통령은 민주주의 국가의 초석을 다졌다.

맏형답게 조각상 규모도 가장 크다. 미국 국민들이 존경 않으려야 안 할 수 없는 대통령이다.

"언론의 자유를 빼앗기면 우리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처럼 말 못하고 침묵하게 된다"는

그의 말은 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기본 토대는 언론의 자유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그는 "모든 것이 잘되었다. 이제 나는 죽는다. 나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유언을 남겼다.

미련 없이 깨끗하게 이 세상을 하직한 미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다운 면모가 조각상에서도 풍긴다.

왼쪽에서 두 번째는 올해 탄생 271주년 되는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작성했으며, 루이지애나 지역을 사들여 미국의 영토를 넓히는데도 일조했다.

뛰어난 건축 감각으로 버지니아 주 의회도 직접 디자인했다.

"나는 오늘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네." 대통령직 마지막 날 아침 기자들 앞에서 한 이 말은

그가 얼마나 겸손하고 소박한 대통령이었는지 말해준다.

러시모어 산 정상 부근의 호수.


그 옆은 미국 26대 대통령으로 올해 탄생 156주년이 되는 테오도어 루스벨트다.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가끔 헷갈리는 인물이다.

테오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작가, 군인, 탐험가, 정치가, 자연보호주의자라는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다재다능한 대통령이었다.

파나마 운하를 구축하면서 20세기 초 미국 경제를 발 빠르게 부흥시켰던 장본인이다.

자연을 사랑한 그는 그랜드 캐니언을 국립공원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100년 전에 모든 국립공원 안은 물론 외곽 어디에도

레스토랑이나 위락시설 등을 모두 금하는 엄격한 국립공원 관리법을 개정했다.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우리가 즐긴 만큼 후손들도 즐길 권리가 있습니다"는 말을 남겼다.

맨 오른쪽이 우리나라 국민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미국은 노예를 해방하면 안 된다고 고집하는 남부군과

해방해야 한다는 북부군 사이에 벌어진 피비린내 나는 남북전쟁을 겪었다.

링컨은 북부군을 이끌며 미국의 분단을 막고 노예를 해방했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링컨은 여전히 각종 설문조사에서 미국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으로 꼽힌다.

그는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결코 지구에서 멸망하지 않을 겁니다"는

마지막 말을 남긴다.

이렇듯 훌륭한 대통령을 배출한 미국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대통령의 날이( President day) 있다.

매년 2월 셋째 주 월요일이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생일이 2월 22일,

링컨 대통령 생일이 2월 12일이어서 그 중간인 2월 셋째 주로 정했다.

불굴의 의지로 가득 찬 이들의 모험정신과 개척정신이 만든 조각상.

비록 호손의 작품 '큰바위 얼굴' 에 등장하는 주인공 어니스트가 아닐지라도 좋다.

(큰 바위 얼굴 - 뉴잉글랜드에 정착한 이민자들이 겸허한 마음으로 인간의 형상을 닮은 바위를 바라보며

삶의 의미와 관대함을 배워간다는 내용의 소설)

우리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없는 미국의 대통령 조각상이라도 좋다.

인간의 집념과 웅대한 자연이 하나가 되어 만든 거대한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러시모어 바위 대통령 조각상은 삶의 버킷 리스트에 넣을 만한 곳 중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