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맛 기행

통영의 속살, 코발트빛 바다에 반한 휴식같은 산책

blueroad 2014. 5. 23. 17:08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미륵산 산책길을 걷습니다.

편백나무향이 온 몸을 감싸며 지나갑니다.

한 발 두 발 내 딛는 발걸음 마다 맑고 싱그러운 기운이 가득합니다.

한려수도에 올망졸망 뿌려진 섬들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릅니다.

 물굽이를 따라 섬들이 드나들고 만선의 꿈을 품고 떠나는 어선을 따라 물새들이 힘차게 비상합니다.

밤새 풍랑으로 몸을 뒤척이다가 깨어난 통영의 바다가 아침노을에 활기를 찾습니다.

바닷길도 걸어봅니다. 걷다가 한 발만 옆으로 빼면 바로 코발트빛 바다입니다.

신발을 벚고 발을 담그면 온 몸으로 짜릿함이 전해집니다.

자그락~자그락거리는 몽돌의 화음도 도보객을 즐겁게 합니다.
 
여행지에도 등급을 매긴다면 경남 통영이야말로 '최상급 여행 목적지'로 부를 만 합니다.

알려진 여행 명소들은 대개 '그곳을 여행하기에 꼭 맞는 계절'을 갖고 있습니다.

예컨대 보성의 계절은 봄이고, 순천만은 가을인 것처럼….

 하지만 통영으로의 여정은 계절을 가리지 않습니다.

 수많은 여행 포인트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죠.

어떤 이들은 항구에서 '아늑한 고향바다'를 보고

, 다른 이들은 산양일주도로에서 만난 핏빛 낙조를 가슴에 담기도 하고,

 알록달록 벽화마을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이곳을 빼놓고 통영을 말할 순 없다.

미래사 편백숲을 걸어 미륵산에 올라 한려수도를 바라보는 풍광은 장관이다.

 또 코발트빛 바다와 함께 하는 삼칭이 해안길은 명품 산책길로 손색이 없다.
 
◇삼칭이 해안로-코발트빛 물빛에 반해 휴식같은 산책

통영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미항이다. '한국의 나폴리'라는 애칭이 붙을 만큼 통영의 바다는 아름답다.

도보여행자에게도 통영은 놓칠 수 없는 곳이다.

예술의 향기가 진동하는 시내에서 유치환이나 전혁림, 박경리 같은 예술가들의 예술혼을 느끼며 걷는 맛이 특별하다.

여기에서 미륵도로 가면 비단처럼 잔잔한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해안도로가 있다. 바로 '삼칭이 해안로(3.8㎞)'다.
 
걷기 여행의 출발지점이자 도착지점인 도남동이고 반환지점이 산양읍에 있으니 이 길 이름을 '도남~산양 바닷가 산책로'라고 불린다.

 (원래 '수륙~일운 해안도로' 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길은 바닷가를 따라 나 있다. 해수면과 높이가 거의 같아 바다를 눈높이로 바라보며 걷는 즐거움이 있다.

 돛단배 떠다니는 바다가 평온하고 한가롭게 보인다.
 
길이 시작 되는 그곳에 첫 발자국을 내딛으면 '통영'이라는 여행지 안에서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을 느낀다.

 분주하고 들뜬 여행지에서 느끼는 차분한 휴식같은 산책길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걸으며 마음껏 푸른 바다를 만끽 할 수 있다.

 
길은 거센 파도의 우렁찬 소리는 없다. 맑고 푸른 바다가 길 아래 모래와 갯바위에 숨죽이듯 스며든다.

갈매기 몇 마리 소리 없이 날고 햇볕 내려 앉은 바다는 반짝 반짝 빛을 낸다.

그윽한 바다가 수채화처럼 마음에 그려진다.
 
마리나 요트장을 지나 산모퉁이를 한 굽이 돌아 출발지에서 1.2km쯤 공설해수욕장이 나온다.

 이 길에 있는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하지만 말이 해수욕장이지 규모는 아주 작다.

길을 등대낚시공원을 지나 계속 바다를 끼고 이어진다.
 
2km 지점 이정표를 지나면서부터 해안 풍경과 바위는 다양한 표정을 갖는다.

물 위에 나와 앉은 물개모양 바위, 사람 얼굴을 닮은 바위, 어떻게 보면 아이를 업은 엄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위를 지나면 거대한 절벽과 파도에 깎인 듯 보이는 넓은 동굴이 있는 광장이 나온다.

 이곳이 도보여행의 반환점이다.

길 끝부분이 마을로 이어지지 않아 갔던 길을 되돌아와야 하는 것이 단점이나

 가는 길의 바다 풍경과 돌아오는 길의 풍경이 달라 지루하지 않다.

 여기서 미래사 편백숲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미륵산 산책길-편백숲 넘어서자 일망무제 무릉도원

 

통영에서 가장 큰 섬이 미륵도다. 미륵도의 한가운데에 미륵산이 솟아있다.
이 미륵산에 올라 바라보는 통영의 섬과 바다는 멋스럽다.
 
미륵산은 높이 461m로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나 울창한 수림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고찰이 산재해 있다.
미륵산 정상에 오르려면 절집 미래사에서 출발해 편백숲을 지나 산길(1.2㎞)을 40여분 걸어올라야 한다 
미륵부처오신 절이란 뜻의 미래사는 햇볕이 잘 들고 빽빽하게 들어찬 편백나무 숲 사이에 고즈넉하게 앉아 있다.
 
상쾌한 편백나무 숲을 지나 땀이 온 몸을 적실쯤이면 정상에 닿는다.

이곳에 서면 통영 앞바다가 왜 '다도해'인지 알 수 있다.

 섬과 섬이 겹치면서 누군가 물수제비를 뜬 듯 바다에 점점이 흩뿌려져 있다.

 섬 너머 섬, 또 섬이다.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풍경은 말을 잊게 한다.

저 멀리 한산도와 우도, 비진도, 욕지도, 연화도, 매물도, 사량도 등 150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소곤소곤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보는 사람마다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청명한 날에는 일본 대마도, 지리산 천왕봉까지 보일 정도로 탁월한 전망을 자랑한다.
 
이런 풍경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만날 수도 있다.

국내 최장(1975m)의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를 타면 된다

. 미륵산 8부 능선에 있는 상부정류장까지 올라 약 400M길이의 산책길을 걸으면 정상이다.
 
미륵도에는 해안절경을 따라 나란히 뻗어있는 22㎞의 산양일주도로가 있다.

이 도로는 해질녘에 달려야 제 맛이다.
 
달아전망대가 있는 2㎞ 구간에서 만나는 붉은 노을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푸른 하늘에 붉은 기운이 번지면서 만들어내는 거친 듯하면서도
 몽환적인 색감은 섬에 걸린 해가 살짝 넘어간 뒤에 더욱 아름답다.
 
통영=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가다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타고 통영IC를 나오면 시내로 바로 진입한다.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사천 나들목에서 33번 국도로 들어선다. 국도를 타고 사천과 고성을 지나면 통영이다.

 
▲볼거리=문학의 고장이다. 청마 문학관, 박경리 문학관, 전혁림 미술관, 윤이상 거리 등 문학의 향기가 넘쳐난다.

 빼놓을 수 없는 명소도 있다.

 산양일주도로를 가다보면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낭만적인 이에스리조트( www.esresort.co.k 02-508-0118. 055-644-0087)다.

자줏빛 지붕으로 멋스럽게 치장된 이곳은 진초록의 잔디와 어우러져 흡사 지중해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리조트에 들어서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통영의 앞바다가 가슴 한가득 담긴다.

이외에도 동피랑 벽화마을과 이충무공의 흔적이 남아있는 세병관, 남망산 조각공원, 한산도, 소매물도, 해저터널 등 볼거리가 많다.
 
▲먹거리=충무김밥은 통영의 맛이다. 원조로 불리는 뚱보할매김밥을 비롯해 강구안 항구에는 김밥집들이 즐비하다.

통영만의 술문화인 다찌집과 자장면과 우동의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항남우짜도 독특하다.

또 꿀방, 졸복해장국 등 다양한 먹거리가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