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미륵산 산책길을 걷습니다. 편백나무향이 온 몸을 감싸며 지나갑니다. 한 발 두 발 내 딛는 발걸음 마다 맑고 싱그러운 기운이 가득합니다. 한려수도에 올망졸망 뿌려진 섬들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릅니다. 물굽이를 따라 섬들이 드나들고 만선의 꿈을 품고 떠나는 어선을 따라 물새들이 힘차게 비상합니다. 밤새 풍랑으로 몸을 뒤척이다가 깨어난 통영의 바다가 아침노을에 활기를 찾습니다. 바닷길도 걸어봅니다. 걷다가 한 발만 옆으로 빼면 바로 코발트빛 바다입니다. 신발을 벚고 발을 담그면 온 몸으로 짜릿함이 전해집니다. 자그락~자그락거리는 몽돌의 화음도 도보객을 즐겁게 합니다. 알려진 여행 명소들은 대개 '그곳을 여행하기에 꼭 맞는 계절'을 갖고 있습니다. 예컨대 보성의 계절은 봄이고, 순천만은 가을인 것처럼…. 하지만 통영으로의 여정은 계절을 가리지 않습니다. 수많은 여행 포인트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죠. 어떤 이들은 항구에서 '아늑한 고향바다'를 보고 , 다른 이들은 산양일주도로에서 만난 핏빛 낙조를 가슴에 담기도 하고, 알록달록 벽화마을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이곳을 빼놓고 통영을 말할 순 없다. 미래사 편백숲을 걸어 미륵산에 올라 한려수도를 바라보는 풍광은 장관이다. 또 코발트빛 바다와 함께 하는 삼칭이 해안길은 명품 산책길로 손색이 없다. 통영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미항이다. '한국의 나폴리'라는 애칭이 붙을 만큼 통영의 바다는 아름답다. 도보여행자에게도 통영은 놓칠 수 없는 곳이다. 예술의 향기가 진동하는 시내에서 유치환이나 전혁림, 박경리 같은 예술가들의 예술혼을 느끼며 걷는 맛이 특별하다. 여기에서 미륵도로 가면 비단처럼 잔잔한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해안도로가 있다. 바로 '삼칭이 해안로(3.8㎞)'다. (원래 '수륙~일운 해안도로' 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돛단배 떠다니는 바다가 평온하고 한가롭게 보인다. 분주하고 들뜬 여행지에서 느끼는 차분한 휴식같은 산책길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걸으며 마음껏 푸른 바다를 만끽 할 수 있다. 갈매기 몇 마리 소리 없이 날고 햇볕 내려 앉은 바다는 반짝 반짝 빛을 낸다. 그윽한 바다가 수채화처럼 마음에 그려진다. 이 길에 있는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하지만 말이 해수욕장이지 규모는 아주 작다. 길을 등대낚시공원을 지나 계속 바다를 끼고 이어진다. 물 위에 나와 앉은 물개모양 바위, 사람 얼굴을 닮은 바위, 어떻게 보면 아이를 업은 엄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위를 지나면 거대한 절벽과 파도에 깎인 듯 보이는 넓은 동굴이 있는 광장이 나온다. 이곳이 도보여행의 반환점이다. 가는 길의 바다 풍경과 돌아오는 길의 풍경이 달라 지루하지 않다. 여기서 미래사 편백숲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통영에서 가장 큰 섬이 미륵도다. 미륵도의 한가운데에 미륵산이 솟아있다. 이곳에 서면 통영 앞바다가 왜 '다도해'인지 알 수 있다. 섬과 섬이 겹치면서 누군가 물수제비를 뜬 듯 바다에 점점이 흩뿌려져 있다. 섬 너머 섬, 또 섬이다.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풍경은 말을 잊게 한다. 저 멀리 한산도와 우도, 비진도, 욕지도, 연화도, 매물도, 사량도 등 150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소곤소곤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보는 사람마다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국내 최장(1975m)의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를 타면 된다 . 미륵산 8부 능선에 있는 상부정류장까지 올라 약 400M길이의 산책길을 걸으면 정상이다. 이 도로는 해질녘에 달려야 제 맛이다. 푸른 하늘에 붉은 기운이 번지면서 만들어내는 거친 듯하면서도 ◇여행메모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사천 나들목에서 33번 국도로 들어선다. 국도를 타고 사천과 고성을 지나면 통영이다. 빼놓을 수 없는 명소도 있다. 산양일주도로를 가다보면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낭만적인 이에스리조트( www.esresort.co.k 02-508-0118. 055-644-0087)다. 자줏빛 지붕으로 멋스럽게 치장된 이곳은 진초록의 잔디와 어우러져 흡사 지중해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리조트에 들어서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통영의 앞바다가 가슴 한가득 담긴다. 이외에도 동피랑 벽화마을과 이충무공의 흔적이 남아있는 세병관, 남망산 조각공원, 한산도, 소매물도, 해저터널 등 볼거리가 많다. 통영만의 술문화인 다찌집과 자장면과 우동의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항남우짜도 독특하다. 또 꿀방, 졸복해장국 등 다양한 먹거리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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