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 단상

문수산 정상에서의 신묘년 첫날 해맞이

blueroad 2011. 1. 2. 10:11

신묘년 첫날 해맞이

일출을 기다리는 해맞이 인파

일출 직전 해맞이 인파를 배경으로

 

짙은 구름을 뚫고 올라 오는 신묘년 첫 일출의 순간 

 

힘찬 기상으로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첫 해의 모습

 

다시 구름에 가리워진 해를 뒤로 하고 

신묘년 새벽 4시, 새해 첫 해맞이 산행을 위해 시간에 맞추어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내는 주방에서

누룽지탕을 끓이고, 나는 산행에 필요한 장비들을  베낭에 챙겼다.

그리고, 간단히 샤워를 한 후 미리 준비해 둔 깨끗한 메리야스와 겨울 내의를 챙겨입고 양말도 새 것
으로 갈아 신었다. 
PC를 켜서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메일도 확인했다. 그동안 누룽지탕이 다 끓였는지 아내는 누룽지탕이 식어서 퍼지기 전에 빨리 먹으라 한다.

식탁에 앉아 누룽지탕을 마주하고 신묘년 첫날 식사에 앞서 잠시 두 손을 모은 후 아내가 끓여준 구수한 누룽지탕을 입으로 후후 불어가며 맛있게 한 그릇을 먹었다.

 

집을 나선 시간이 정각 5시30분.

새벽 공기의 차가운 정도가 여간아니다. 지하주차장에 내려가 애마에 시동을 걸고 문수사 주차장을 향해 출발했다. 율리 농협 옆 사이길에 접어드니 두터운 옷차림에 작은 베낭을 메고서 해맞이 산행길을 걸어 가는 인파도 보이고, 길 옆 공간에는 주차된 차량들이 군데 군데 보인다.

나도 길 옆 공간에 주차를 할까하고 잠시 주춤하는 사이 내 뒤를 따르던 차량들이 앞 질러서 올라 간다. 일방통행로인 까닥에 내려올 때를 생각하니 차라리 주차장이 만원이면 내려오는 쪽 길 옆에 주차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결국 주차장까지 차를 몰고 같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미 주차장은 만원이다.

비좁은 주차장을 겨우 빠져 나와서 청송사쪽으로 내려가는 길 옆의 빈 공간을 찾아 주차를 하고 신발을 등산화로 갈아 신고 베낭을 둘러 매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6시다. 고개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점점이 구름이 떠 있고 초승달과 작은 별 몇 개가
동쪽하늘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는데 참으로 눈부시게 맑고 아름답다.

 

새벽 이른 시간 문수사로 올라가는 산길 주위가 어두워 모두의 걸음걸이가조심스럽다. 하지만 가로등 불빛과 앞서 가는 사람들의 자욱을 보면서 한걸음씩 조심해서 걸어 갔다. 

문수사에 다다르니 이미 내려오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아침 공양을 마치고 식기를 씻고 잇는 사람들도 보인다. 절 마당에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기도를 위해 법당 문을 들고 나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식수대에서 흘러 나오는 식수를 국자에 받아서 한모금 마셨더니 목줄기를 타고서 넘어 가는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갑자기 맑은 정신이 든다.

다시 시간을 확인하니 6시30분 이다, 

일출시간 7시30분 까지는 아직 1시간이 남았다.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30분이 소요된다고 해도 30분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 정상에 도착하여 30분을 추운데서 기다리느니 이참에 새해 첫 기도를 드리는 것이 좋겠다 싶어 법당 출입문 옆 기둥에 베낭과 모자를 벗어 놓고 나도 법당 안으로 들어갔더니 이미 법당 안에는 기도하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어서 발디딜 틈이 없다. 비좁은 시이를 헤쳐 제단 앞에 나가 향에 불을 붙인 후 향로에 꽂아 놓고 뒤로 물러나와 한켠에 서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빈자리를 찾아 부처님을 향해서 3배를 올렸다. 법당 밖을 나와 벗어둔 모자와 베낭을 찾아서 채비를 갖춘 후 정상을 향했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어느새 해맞이 인파로 줄을 이었다. 정상에 도착한 시간이 7시20분. 정상에는 먼저 도착한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예상했던 것 보다는 북적임이 덜 한 것 같았고. 간간히 부는 바람이 얼마나 차가운지 콧물도 나고, 코와 입술이 어는 듯하여 움직여 봤지만 움직이 둔하다.

베낭에서 카메리를 꺼내어 일출 전의 분위기를 찍는데 두장 찍고 나니 밧데리 부족이라는 메세지가 뜨면서 동작을 멈춘다. 밤새 충전을 해 온 것이라 밧데리 부족은 아니고 추운 기온 때문이라 카메라를 상의 안쪽 호주머니 속에 넣어서 한참동안 따뜻하게 해서 다시 촬영을 시도했다.

이렇게 하기를 몇번 반복하는 동안 일출이 진행되었고 해수면에 드리워진 짙은 구름으로 인해 해수면이 아닌 구름위로 솟아 오르는 일출을 감상했다. 기대 했던 만큼의 장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할 일, 일출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 손을 모은다. 저마다의 소원을 빌었으리 ~~~.

『신묘년 새해에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시고, 모두가 건강한 가운데 날마다 사랑과 축복이 넘치게 하여 주소서, 그리고, 남북이 이념을 떠나서 하나가 되어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윽고, 10 여분의 일출시간이 지나고 나니 순식간에 많은 해맞이 인파가 사라지고 정상에는 바람소리만 휑하니 들린다.나도 잠시 인파가 사라진 정상 주위를 둘러 보고 나서 왔던 길을 되돌아서 하신을 시작했다. 정상에서 문수사까지의 하신길이 해맞이를 보고 내려가는 인파로 생각보다 많이 밀렸지만 쉬지않고 내려와 집에 도착한 시간이 9시였다.

이로써 나의 신묘년 새해 첫 해맞이는 이렇게 짧게 끝이 났지만, 이로 인해 나는 신묘년 한해를 헛되이 보내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