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은 문화예술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예술은 활동과 철학이 중심이 되고 수익은 부차적인 기대다. 예술은 그래서 작가 명성에 의해 작품가치가 달라지고 작품에 작가 이름을 밝히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즉, 예술가 본인이 주인공이다. 반면에 문화산업은 말 그대로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이다. 문화콘텐츠와 예술적 기술과 창의성을 상품으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창작자 이름보다 흥행과 실패라는 결과가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분야다. 지구촌 창조산업의 선도역할을 한 영국에 ‘팔길이 원칙’이 있다. 팔이 닫는 데까지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다. 히틀러가 프로파간다로 예술을 곧잘 이용했듯 지원을 빌미로 하는 많은 정치, 행정, 관료로부터 예술가와 예술 활동을 보호하고 창의적 가능성에 무한의 날개를 달아주려는 의도다. 영국 정부 문화예술지원정책의 의지이자 원칙으로 오늘날까지도 소중하게 지켜지고 있다. 자생능력을 상실한 채 지원만 받으려는 예술가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잡아줄 일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신념으로 경쟁력을 지닌 예술가를 선별하는 체계를 도입하고 차별지원 정책으로 재정비했다. 이 또한 그리 쉽지만은 않았으나 지원만 바라는 일부의 예술가에게 철퇴를 가하는 효과와 시장경제논리를 이해시켜 창의적인 사람에게 창조산업의 원리를 경험하게 하는 긍정적 효과를 거둔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영국 콘텐츠 산업의 성공 열쇠 중 하나다. 또 하나 한류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지역지원전담부서를 만들어 100억원 규모 지역특화 문화콘텐츠 지원 사업을 마련했다. 진주를 찾아내기가 점점 어려워지던 때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정부의 ‘문화융성’정책에 걸었던 기대와 기회를 얻기 위해 지역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경쟁력 없는 기획과 초보적인 스토리전개 수준에 머물러 있어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전국지역문화산업진흥원들의 시름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불가능했던 예산을 천신만고로 조성하면서도 녹록지 않은 현실 위에서 지역지원사업을 꽃피우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을 각오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 더 많은 지역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첫해에 최소한 하나라도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능성과 귀감을 제시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다. 주관은 반드시 해당지역에 본사를 둔 업체가 하되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수도권의 기업을 공동도급을 할 수 있도록 선택조건을 마련했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수도권의 메이저 기업이 지역과 인연을 맺어 아직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진주를 발굴해 세계시장에 내놓는 쾌거를 이루고 이를 기회로 지역기업육성정책이 더욱 규모와 시장이 커지고 활기를 띨 수 있기를 바람에서다. 세계적인 한류콘텐츠를 발굴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목적임을 인식해 지역기업이 한마음으로 뭉치고 한뜻으로 나아가야 한다. 콘텐츠기업은 예술가가 아니다. 당장 주린 배를 채우는 밥상의 물고기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해 제대로 배우고 익히며 그물부터 손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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