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포시즌스’가 선택한 한식 요리연구가 이종국 8년 묵은 석화젓, 어린 열무, 석이버섯 모임 특성 고려해 매번 다른 재료·메뉴 식사하다 벌떡 일어나 박수 친 손님도 1인분 50만원 한식 비싸다는 건 편견 우리 것 보여주고 싶어 유생 모자 고집 문학은 작품으로, 음식은 가슴에 세계적인 호텔 브랜드 포시즌스 그룹은 오는 5월 출발하는 미식 여행 상품
성북동의 조용한 골목에 자리한 이종국씨의 자택이자 연구실 국내 정재계 인사가 초대한 외국의 VIP뿐 아니라 "요리를 담기에 앞서 철학과 이야기, 상대에 대한 배려를 담으라"는 이종국씨의 신념을 적은 메뉴판 미술을 전공한 이씨는 제철을 맞아 신선하고 영양이 풍부한 식재료에 그만의 감성을 더해 ‘접시 위의 예술’을 구현한다. 뻔한 식재료 대신 ‘토종 허브’라 불리는 방앗잎 기름을 쓰고, 유기농으로 키운 미니 당근처럼 구하기 힘든 식재료도 자주 사용한다. 8년 묵은 석화젓과 잘 삭힌 동치미처럼 ‘시간의 맛’이 느껴지는 요리를 주로 내놓는 것도 그만의 차별화된 방법이다. 한국의 사계, 정(情) 등 주제에 따라 매번 다른 코스를 구성하지만 컨셉트는 동일하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국(또는 찌개), 직접 담근 김치 등을 담아내는 조선시대 '선비의 밥상'이다. 예부터 양반가의 음식은 제철 식재료를 중요히 여겼고 조리법과 상차림이 단아하고 정갈했기 때문이다. 먹는 이가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그의 요리를 맛본 사람들에게선 감탄이 이어진다. 모 그룹 회장은 그의 요리에 감동해 식사비용의 몇 배가 되는 돈을 팁으로 내놓았고, 또 다른 그룹 총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는 일화가 있다. 음식발전소에서 식사를 하려면 열흘 전 예약은 필수다. 그는 한 달에 평균 3~4회로 식사회수를 제한하고 있다. 식사 때마다 참석자의 식성과 모임의 성격, 제철 식재료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새롭게 코스 메뉴를 짜려면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당일 나오는 코스를 안내하는 메뉴판도 아트 북 형태로 매번 새롭게 디자인한다 음식에 어울리는 그릇을 고민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저녁 식사비용은 1인당 50만원으로 꽤 비싸지만 전화번호조차 공개하지 않는 이곳에 알음알음으로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많다. 2014년 열린 웨스틴조선호텔 개관 100주년 기념 갈라 디너에서도 1인당 50만원이라는 높은 금액에도 불구하고 이틀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됐다. -‘이종국의 음식은 너무 비싸다’고들 한다. “몰라서 하는 얘기다. 난 한 번 진행한 코스는 ‘재탕’하지 않는다. 그게 진정한 의미의 파인다이닝 아닌가 매번 똑같은 음식을 내는 건 빵집에서 곰보빵 찍어내는 거랑 같다. 그리고 마음이 통한 사람, 내가 부르고 싶은 사람은 무료로 초대한다. 식사 때마다 매번 새롭게 디자인하는 메뉴판은 한권의 아트북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은 오디오 디자이너 유국일씨와 협업해 "소리 음식을 담다"라는 주제로 코스 요리를 만들었을 때 제작한 메뉴판 -메뉴판이 아트 북 같다. “재미있지 않나? 내가 아이디어를 내면 전담 디자이너가 만들어준다. 세계적인 오디오 디자이너 유국일씨와 협업할 땐 ‘소리 음식을 담다’라는 주제에 맞게 메뉴판을 진공관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오랜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엔 ‘오랜 만남 정으로 나누다’라는 컨셉트로 디자인한다. 접시에는 음식뿐 아니라 철학까지 담겨야 한다. 메뉴판도 음식의 한 요소다.”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그 것이 공개되면 나는 죽는다. 하하. 돈이 많지도 않지만 돈이 중요하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자유로워야 더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연구소에서 ‘디너 행사’를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 “8년 전 잡지에 난 내 기사를 읽고 재계 총수의 부인 몇 분이 요리 수업을 부탁했다. 처음엔 거절했는데 여러 번 부탁을 받고 보니 이 또한 요리연구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매주 새로운 메뉴를 준비하느라 스스로도 공부가 됐다. 수업 후에는 그날 만든 음식을 함께 먹고 얘기를 나눴다. 음식은 먹어봐야 제대로 만들 수 있다. 이후 알음알음 소개로 수강생이 늘었고, 이분들이 가족·지인과 함께 오고 싶다고 부탁해 코스 식사를 만들게 됐다. 예부터 상류층에서 시작된 문화가 전파가 빠르고 유행이 되기 때문에 이 또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씨는 제자들에게 ‘선비 같이 요리하라’는 뜻으로 서양식 셰프 모자 대신 조선시대 유생이 썼던 모자를 쓰도록 한다. -연구원들이 ‘유생 모자’를 쓰고 일한다. “한식을 하는데 왜 꼭 서양 셰프의 옷을 입어야 하나. 우리의 좋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정말 좋아한다. 선비같이 음식을 하라는 뜻도 있다. 정직하게, 자신을 속여서도 얼렁뚱땅 해서도 안 된다.” -요리를 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음식을 좋아했다. 3남1녀 중 막내인데 어머니가 늘 심부름은 날 시켰다. 두부를 사오라고 하면 형은 가게 주인이 주는 대로 사왔는데, 나는 어머니가 하시는 것처럼 뭐가 더 좋은지 따지고 덤도 달라고 했다. 커서는 인테리어·그림·사업도 해봤는데 사람의 감성을 가장 맞추기 힘든 게 음식이더라. 그런데 그만큼 매력이 있다. 음악이나 문학은 작품으로 남는데 음식은 설거지만 남는다? 하하. 진짜 감동적인 음식은 시 한 편처럼 가슴 깊이 남는 법이다.” '금태구이와 유기농 채소". 제절인 생선인 북조기(금태) 안에 수삼채를 채우고 각종 고명을 곁들였다. -접시에 올리는 차림새가 예술적이다. 어디서 영감을 얻나. “좋은 식재료를 보면 이것의 특징을 어떻게 살려줄까 집중하게 된다. 향이 좋은 냉이를 만나면 이 향을 눈으로도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한다. 선입견을 깨는 방법도 즐긴다. 송이·전복·소고기 같은 비싸고 귀한 재료들은 어떻게 담아도 사람들이 알아본다. 하지만 볼품없는 푸성귀를 좋은 그릇에 담으면 더 빛난다. "-지난해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편』이 발간됐다. -몇 년 새 셰프의 인기가 연예인 못지않은데. 오는 5월 포시즌스 미식 여행에서 선보일 요리 ‘블랙’. -포시즌스 미식 여행의 출발지로 선정됐다. 어떤 요리를 선보일 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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