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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감사의 마음으로, 서해 당진으로의 가을여행

blueroad 2015. 11. 23. 11:57


 

가을은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때이다. 봄의 찬란함과 여름내 생동하였던 삶,
그리고 가을의 풍성한 수확에 대한 감사함으로 여정을 꾸린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을 지나 오직 사랑과 감사와 기도가 깃든 터를 찾아간다.
서해 당진의 바다를 에돌아보고, 지난 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들렀던 솔뫼성지와 합덕성당,
상록의 푸르름으로 민중민족에 대한 사랑의 시를 읊조렸던 저항 시인 심훈의 옛 집터를 돌아보는 여정이다.
한두 차례 내린 가을비로 상념의 낙엽들이 소멸의 시간을 맞이하는 때이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그 터에 서면 늦가을볕이 온누리에 종일 머무른다고 했다.
저물어가는 가을길에서 마주하는 나목은 처연하나 슬퍼할 일은 아니다. 고맙다.
사랑한다. 오직 감사하는 마음과 기도로 길을 걷는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을 가로 질러, 서해 당진으로 향한다.
마을 골목을 돌아들면 바람 사이 술 익는 향기가 먼저 가을 나그네의 걸을 붙잡는다고 했다.
민족 민중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젊은 시인 심훈의 옛 집터를 돌아보고,
사랑의 마음이 깃든 천주교 성지를 에돌아 보는 여정이다.
일출과 일몰, 월출을 모두 마주할 수 있는 왜목의 바닷가에 서면 감사의 마음이 깃든다.
봄여름을 지나며 내내 묵혀두었던 상념들이 차가운 바닷바람에 씻겨지는 듯하다.


 

삽교호의 일몰 풍경(사진=이강)

 

민중민족을 사랑했던 젊은 시인, 심훈

서해대교를 타고 바다를 건너면 바로 당진 땅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을 돌아 도착해 송악읍 부곡리로 길을 잡는다.
민족저항시인으로 잘 알려진 작가 심훈이 살던 옛 집터, 필경사(충남기념물 제107호)를 찾아간다.
민족저항시인으로 '상록수', '그날이 오면'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작가 심훈은
독립운동가이며 시인, 소설가이며, 손수 영화를 제작하기도 하였으며, 언론인이기도 하였다.
1930년, 심훈은 그의 나이 29세에 19세의 무희인 안정옥과 결혼한다.
이후 심훈은 '독백', '그날이 오면' 등의 시를 발표하며 이름을 알린다.
그리고 1934년 이곳 당진 부곡리에 손수 집을 설계하여 장남 재건과 같이 내려와 오직 창작에 전념한다.
그 때가 1935년경으로, 그는 비로 이곳에서 농촌문학의 대표작인 소설 '상록수' 등 다수의 작품을 집필하게 된다.

아담한 팔작지붕의 목조 가옥으로 늦은 가을볕이 비추인다.
'붓으로 밭을 일구고자' 했던 젊은 시인은 이 만추의 들녘에서 조국의 해방을 꿈꾸었다.
모진 바람이 거세게 불던 시절, 시대의 역경을 온몸으로 마주했던 젊은 작가의 옛 집터에는 가을 낙엽이 뒹군다.


 

심훈 작가의 필경사(사진=이강)

잠시 툇마루에 앉았다가 바로 옆에 위치한 심훈기념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지상 1층, 703㎡ 규모의 기념관 상부에 시인의 실물 크기 동상이 먼 들판을 바라보고 있다.
당진에서 한동안 머물렀던 젊은 시인은 죽는 날까지 거센 바다의 파랑만 같은 시대의 역경을 온몸으로 저항하며 살았다.
역동의 시대를 견디며 살며 사랑하며 통곡하고 아파하였던, 그의 삶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심훈기념관은 전시관과 문예창작실, 수장고, 학예연구실 등을 갖추고 있다.
전시관에는 심훈의 3남인 심재호(79)씨가 기증한 육필 원고와 유품 전사본 4000여점,
유족이 기증한 유물 8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 관람객들이 오래도록 머무는 공간은 바로 시집 '그날이 오면'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다.
전시되어 있는 검열본 원고에는 빨간 펜으로 난도질한 일제의 검열 기록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뜨거운 민족애로 광복의 그날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그의 열망과 외침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늦가을 마음을 다스리는 성지로의 여행

민족민중을 지극히 사랑하였던 젊은 시인의 삶을 돌아보고,
지난 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으로 순례객의 발길이 꾸준히 늘어가고 있는 솔뫼성지와 합덕성당까지 돌아볼 셈이다.
우강면 송산리에 위치한 솔뫼성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로
한국의 베들레헴이라 불리는 곳이다. 김대건 신부의 생가를 중심으로 순교 100주년 기념비,
피저의 집 등이 자리하고 있는데, 한적하고 고요하여 이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솔뫼라는 이름은 본래 이곳이 소나무가 우거진 산이었던 까닭에 붙여졌다.
지금도 성지의 중심인 작은 동산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는데,
길을 따라 걷다보면 성지순례객들의 기도하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두 손 모아 사랑을 구원하고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이들의 모습이 늦가을 한 줄기 볕처럼 위안이 되는 풍경이다.


 

솔뫼성지(사진=이강)

솔뫼성지를 천천히 돌아보면, 복원된 김대건 신부의 생가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도했던 기도상도 조성되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는 온갖 고난을 견디고 25살에 사제가 되지만 1년 만인 26살의 나이로 순교했다.
젊은 순교자의 넋을 기리며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
천천히 솔숲길을 따라 성스러운 터를 돌아보다보니 감사의 마음이 깃든다.

솔뫼성지에서 차로 20여분을 달리면 합덕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합덕성당은 솔뫼성지와 함께 당진을 찾은 여행객들과 순례객들이 꼭 둘러보는 코스다.
고즈넉한 공간에 자리한 성당은 아름답고도 특별한 건축미가 돋보이는데,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전에는 한옥식의 성당과 사제관이었다고 전한다.
1921년부터 제 7대 주임한 페랭 신부에 의해 건축되고,
1929년 10월 9일 원 아드리아노 주교에 의해 축성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에 두 개의 종탑이 우뚝 선 모습은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의미하는 상징이다.
성당 내부까지 돌아보고 삽교호 방조제와 왜목마을로 걸음을 옮긴다.


서해 바다가 주는 휴식과 낭만 속으

당진에는 꼭 봐야할 9경이 있다. 당진의 9경 중 하나인 제4경이 '제방질주'이다.
'제방질주'는 삽교호방조제를 비롯해 석문방조제, 대호방조제 등
당진의 3대 제방을 연계하여 질주하는 총연장 47km의 드라이브 코스다.
이 '제방질주'를 달리다보면 삽교호방조제를 지나게 되는데,
그 곳에는 당진에 오면 꼭 한번 들려야 하는 삽교호 관광지가 있다.
삽교호의 해안을 따라 산책을 할 수 있도록 수변데크와 전망대, 농구장과 해수풀장 등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서해 당진의 일몰 풍경(사진=이강)

삽교호 위로 설치된 전망데크를 따라 전망대에 이르니 삽교호가 한 눈에 조망된다.
탁 트인 호수 위에서 서해대교를 비롯하여 삽교호와 서해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으며,
해질 무렵이면 일몰도 감상할 수 있다. 월출까지 기대한다면, 왜목마을로 길을 잡아도 좋다.
왜목마을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일출, 일몰, 월출 광경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온누리에 빛이 드는 그 땅에 사랑과 감사의 기도가 깃드는 이유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