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아끼고 침묵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과묵한 사람이라도 유연한 인간관계를 위해 적절히 잡담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잡담의 긍정적인 효과를 끌어내기 위한 기술들.
말을 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인생의 모든 일은 자신의 말에서 비롯된다. 직장에서 성공하고 상사와 부하직원 모두에게 존경받는데 꼭 필요한 기술이 바로 말을 관리하는 기술이다. 그런데 꼭 필요한 말만 한다고 해서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종종 수다스럽다고 생각될 정도로 많은 말을 하면서도 유쾌한 에너지를 전하는 사람을 본다. 말을 많이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기는커녕 사회생활에 높은 점수를 얻는 사람 말이다. 그는 수다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잡담'에 능한 사람인 것이다. 이를테면 인사만 하는 사람과 인사를 하고 나서 몇 마디를 더 붙여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사람 중 누구를 더 기억할까? 정작 사람들은 한번 마주친 상대의 얼굴보다 그와 나눈 잡담과 분위기를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그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잡담은 업무와 관련이 없는 타 부서 사람들이 인식하는 당신의 평판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론을 전공한 일본 메이지 대학의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조직에서의 평가도 인덕도 결국 잡담력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말을 붙이기가 어려운 사람보다 두루두루 거리낌 없이 다가가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대개 인덕도 높고 상사와 동료는 물론 거래처와도 양호한 관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잡담에는 결론이 없다. 잡담을 하면서 꼭 결론을 도출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있는데, 잡담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그렇다. 식사가 끝나 자리에서 일어서면 잡담이 중단되기도 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음에 다시 이어가거나 그냥 새롭게 다른 소재로 이어가면 된다.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들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별다른 의미 없는 신변잡기를 소재로 한 대화를 적절한 대응으로 '패스'해가면서 결론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한번 제대로 잡담을 활용해보지 않겠는가?
영화 <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 의 한 장면
영화 <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 의 한 장면 잡담을 제대로 파악하고 실행하면 상대가 던지는 질문의 행간을 읽을 수 있고, 대화를 리드할 수 있다. 그럼 상사는 부하직원을 험담하기 시작하거나 대화를 끝낸다. 아니면 맞장구를 친다고 생각해보자. "젊은 친구가 그러면 안 되죠. 회사가 무슨 놀이터인가요?"라고 말해도 대화는 끝난다. 잡담은 이렇게 진행되지 않는다. 결론 없이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 적절한 답변은 "무슨 사연인데 그래요?"라고 질문해보자. 그러면 상사는 설명을 할 것이고 통제되지 않은 상황을 설명할 것이다. 이때 잡담이 험담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면, 곧바로 화제를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 정치를 소재로 한 잡담은 토론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고, 서로의 기분이 상한 채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제 오늘, 뉴스를 보지 못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요?"라든지, "그 의원에 대해 잘 모르는데 왜 그랬을까요?"라고 해보라.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곧 대화가 끝날 소재이니 중립을 지킬 것. 그런데 여기서 "저도 고양이 키워요"라면서 나도 고양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식이면 상대는 잡담에 흥미를 잃을 것이다. 일단 고양이 이야기를 시작한 상대에 맞춰서 관심을 보이는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고 난 뒤, 그의 말이 끝나면 나중에 뒤이어 자신도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고 말하라. 현재 상대는 고양이에 대해 관심이 매우 높은 상태. 잡담의 소재로 '고양이'는 실패율이 적다는 것도 잊지 말자. 감동을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그거 재미없다는 댓글이 많던데?", "나는 참 그런 영화 질색이야. 일단 졸음이 솔솔 오거든?" 이렇게 말하면 영화에 대한 잡담은 이것으로 종료다. "어떤 영화예요?", "좀 어렵다는 평도 많던데, 어떤 부분이 그렇게 괜찮았어요?"라고 말하라. 아주 친한 친구 사이가 아니라, 비즈니스로 만난 동료라면 굳이 아무런 의미 없는 영화로 내 취향까지 확인시키며 논쟁할 필요가 없다. 상대는 존중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무렇게나 볶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말이죠." 그러면 상대는 이 사람이 '워밍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적절히 당신의 잡담에 힘을 실어준다. 사인해주세요"라며 펜을 바로 꺼낼 것인가. 아니면 신변잡기적인 소재로 잡담을 하면서 분위기를 말랑하게 할 것인가. 잡담 소재의 준비는 계약서를 꺼내는 쪽의 몫이 될 것이다. 이는 남녀의 소개팅에서도 필요하다. 처음부터 자신의 신상명세를 꺼내는 이는 실패 확률이 높다.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도 잡담은 필요하다. < 잡담이 능력이다 > 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가 제안한 잡담력 높이는 법. 장소는 엘리베이터 안. 아무 의미도 없지만 인사 뒤에 가볍게 나눌 수 있는 말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대로 칭찬하라. "스카프가 멋진데요?", "오늘 화사해 보이세요." 당신의 칭찬이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대는 기분 좋게 문밖을 나설 것이다. 문제는 자주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 비즈니스로 처음 만나는 사람과 만났을 때다. 일의 진행을 위한 대화는 준비하지만 대부분 잡담까지 준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잡담의 목적을 상기해보라. 나와 상대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다. 상대의 관심사나 취향을 미리 알고 간다면 잡담에 실패할 확률은 적다. 그만큼 일의 성공률은 높아진다. 대화 소재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일단 경청하라. 딱히 이어갈 수 있는 지식도 없다면, 방법은 하나다. 질문을 던지는 것. 질문으로 되받으면 상대는 신이 나서 대화를 이어갈 것이다. "커피 좋아하세요?" "네.", "어떤 종류를 좋아하세요?" "카푸치노요." 상대가 질문을 던졌는데, 질문에 대한 답변만 하는 상황이다. 일문일답은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과 다름없다. 커피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았으면,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상대의 취향도 함께 물어봐야 한다. '골'은 없는데 '패스'가 끊임없이 존재하는 대화가 좋은 잡담이다. 말수가 적어 잡담력이 매우 떨어진다면, 이들과 대화해보라. 아마도 좋은 선생님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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