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삶

긍정적인 잡담의 기술

blueroad 2014. 4. 28. 20:21

말을 아끼고 침묵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과묵한 사람이라도 유연한 인간관계를 위해 적절히 잡담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잡담의 긍정적인 효과를 끌어내기 위한 기술들.

 

말을 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인생의 모든 일은 자신의 말에서 비롯된다.

직장에서 성공하고 상사와 부하직원 모두에게 존경받는데 꼭 필요한 기술이 바로 말을 관리하는 기술이다.

그런데 꼭 필요한 말만 한다고 해서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나와 상대의 거리를 좁혀주는 건 별다른 의미가 없는 대화, 바로 잡담이다.

우리는 종종 수다스럽다고 생각될 정도로 많은 말을 하면서도 유쾌한 에너지를 전하는 사람을 본다.

말을 많이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기는커녕 사회생활에 높은 점수를 얻는 사람 말이다.

그는 수다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잡담'에 능한 사람인 것이다.

잡담을 잘하면 사회생활을 잘하는 사람, 리드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인사만 하는 사람과 인사를 하고 나서 몇 마디를 더 붙여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사람 중 누구를 더 기억할까?

정작 사람들은 한번 마주친 상대의 얼굴보다 그와 나눈 잡담과 분위기를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스쳐 지나가듯 만난 사람과 나누는 잡담이 얼마나 길겠는가. 엘리베이터에서 나누는 잡담은 길어봤자 고작 30초도 되지 않는다.

그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잡담은 업무와 관련이 없는 타 부서 사람들이 인식하는 당신의 평판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

인사고과나 인사발령에서 실력보다 관계 능력이 앞선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커뮤니케이션론을 전공한 일본 메이지 대학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조직에서의 평가도 인덕도 결국 잡담력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말을 붙이기가 어려운 사람보다 두루두루 거리낌 없이 다가가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대개 인덕도 높고

상사와 동료는 물론 거래처와도 양호한 관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과연 좋은 잡담은 무엇일까? 잡담은 상대와 친해지도록 거리를 좁히고 공감을 형성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잡담에는 결론이 없다. 잡담을 하면서 꼭 결론을 도출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있는데,

잡담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그렇다.

대화에 결론이 나버린 순간, 잡담도 곧바로 종료된다. 결론보다 대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게 대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식사가 끝나 자리에서 일어서면 잡담이 중단되기도 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알맹이는 없지만 가볍게 너와 내가 교감하며 공감대를 나누던 중이었으니,

다음에 다시 이어가거나 그냥 새롭게 다른 소재로 이어가면 된다.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잡담을 잘하는 사람들은 대개 중립성을 잃지 않는다.

그들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별다른 의미 없는 신변잡기를 소재로 한 대화를 적절한 대응으로 '패스'해가면서

결론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본인은 잡담을 잘하는 것 같은데 인간관계에 별다른 반응과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좋은 잡담인지 아닌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한번 제대로 잡담을 활용해보지 않겠는가?

 

영화 <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 의 한 장면

 

영화 <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 의 한 장면

잡담의 기술, 사례로 배우기

좋은 잡담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잡담을 제대로 파악하고 실행하면 상대가 던지는 질문의 행간을 읽을 수 있고, 대화를 리드할 수 있다.

잡담에 결론은 필요 없다
"A는 너무 자주 지각하지 않아? 그러면서 매번 구구절절한 사연은 왜 그리 많은지…."


상사가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대응할까? "아, 네"라고 대답할까?

그럼 상사는 부하직원을 험담하기 시작하거나 대화를 끝낸다.

아니면 맞장구를 친다고 생각해보자. "젊은 친구가 그러면 안 되죠.

회사가 무슨 놀이터인가요?"라고 말해도 대화는 끝난다.

A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두 사람이 합의하여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잡담은 이렇게 진행되지 않는다. 결론 없이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

적절한 답변은 "무슨 사연인데 그래요?"라고 질문해보자.

그러면 상사는 설명을 할 것이고 통제되지 않은 상황을 설명할 것이다.

이때 잡담이 험담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면, 곧바로 화제를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

잡담은 토론이 아니다. 중립을 지켜라
"어제 B의원 발언, 도가 지나치지 않았어? 입장이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정치계의 파문이 일 때마다 점심 시간에는 정치인의 행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정치를 소재로 한 잡담은 토론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고, 서로의 기분이 상한 채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금기 주제이지만 피할 수 없을 때는 중립을 지키는 선에서 질문을 던지거나 확실한 사실에만 맞장구쳐라.

"어제 오늘, 뉴스를 보지 못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요?"라든지, "그 의원에 대해 잘 모르는데 왜 그랬을까요?"라고 해보라.

찬반 논쟁이 있는 사회적인 이슈가 잡담의 소재가 될 때 특히 그렇다.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곧 대화가 끝날 소재이니 중립을 지킬 것.

잡담을 꺼낸 이에게 주도권을 줘라
"저 최근에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와, 어떤 고양이예요?"라고 질문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 술술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저도 고양이 키워요"라면서 나도 고양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식이면 상대는 잡담에 흥미를 잃을 것이다.

일단 고양이 이야기를 시작한 상대에 맞춰서 관심을 보이는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고 난 뒤,

그의 말이 끝나면 나중에 뒤이어 자신도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고 말하라.

대화의 소재를 던진 사람, 말하고 싶은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주도권을 쥐여주어야 분위기가 고조되는 법이다.

현재 상대는 고양이에 대해 관심이 매우 높은 상태. 잡담의 소재로 '고양이'는 실패율이 적다는 것도 잊지 말자.

관심이 없어도 긍정하고 동의하라
"주말에 영화 < 인사이드 르윈 > 을 봤는데 정말 감동적이더라. 역시 코엔 형제야."


모두가 같은 취향일 수 없다. 또 코엔 형제의 영화를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감동을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그거 재미없다는 댓글이 많던데?", "나는 참 그런 영화 질색이야.

일단 졸음이 솔솔 오거든?" 이렇게 말하면 영화에 대한 잡담은 이것으로 종료다.

상대가 부정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나눌 수 있는 말이 없다.

"어떤 영화예요?", "좀 어렵다는 평도 많던데, 어떤 부분이 그렇게 괜찮았어요?"라고 말하라.

아주 친한 친구 사이가 아니라, 비즈니스로 만난 동료라면 굳이 아무런 의미 없는 영화로 내 취향까지 확인시키며 논쟁할 필요가 없다.

대화가 "기회가 되면, 의견 참고 삼아서 볼게요"까지 연결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상대는 존중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잡담에서 본론으로 가는 기술을 익혀라
"여기 커피가 참 맛있어요. 알고 봤더니, 주인이 커피콩 볶는 일에 대한 애착이 강하더라고요.

아무렇게나 볶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말이죠."

계약서를 들고 거래처 직원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서 커피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상대는 이 사람이 '워밍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적절히 당신의 잡담에 힘을 실어준다.

두 사람은 비즈니스 관계고 오늘 왜 만나게 되었는지 알고 있다. 만나서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 "여기 계약서입니다.

사인해주세요"라며 펜을 바로 꺼낼 것인가. 아니면 신변잡기적인 소재로 잡담을 하면서 분위기를 말랑하게 할 것인가.

잡담 소재의 준비는 계약서를 꺼내는 쪽의 몫이 될 것이다. 이는 남녀의 소개팅에서도 필요하다.

처음부터 자신의 신상명세를 꺼내는 이는 실패 확률이 높다.

잡담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필살기

잡담의 궁극적인 목적은 나와 상대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다.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도 잡담은 필요하다.

< 잡담이 능력이다 > 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가 제안한 잡담력 높이는 법.

칭찬부터 하라. 서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나눈 뒤에 침묵이 이어진다.

장소는 엘리베이터 안. 아무 의미도 없지만 인사 뒤에 가볍게 나눌 수 있는 말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대로 칭찬하라. "스카프가 멋진데요?", "오늘 화사해 보이세요."

당신의 칭찬이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대는 기분 좋게 문밖을 나설 것이다.

상대가 좋아하는 소재를 찾아라. 상대를 잘 모르는데 관심사까지 찾기란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자주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 비즈니스로 처음 만나는 사람과 만났을 때다.

일의 진행을 위한 대화는 준비하지만 대부분 잡담까지 준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잡담의 목적을 상기해보라. 나와 상대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다.

상대의 관심사나 취향을 미리 알고 간다면 잡담에 실패할 확률은 적다.

그만큼 일의 성공률은 높아진다.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면 질문부터 하라.

대화 소재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일단 경청하라. 딱히 이어갈 수 있는 지식도 없다면, 방법은 하나다.

질문을 던지는 것. 질문으로 되받으면 상대는 신이 나서 대화를 이어갈 것이다.

일문일답은 피하라. 거절을 의미한다.

"커피 좋아하세요?" "네.", "어떤 종류를 좋아하세요?" "카푸치노요."

상대가 질문을 던졌는데, 질문에 대한 답변만 하는 상황이다.

일문일답은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과 다름없다.

커피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았으면,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상대의 취향도 함께 물어봐야 한다.

'골'은 없는데 '패스'가 끊임없이 존재하는 대화가 좋은 잡담이다.

택시 운전기사, 아줌마, 어린이를 상대하라.

말수가 적어 잡담력이 매우 떨어진다면, 이들과 대화해보라. 아마도 좋은 선생님이 될 것이다.

기획_한지희 사진_슈어 제공

슈어 2014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