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료

우리예술가곡의 발전을 위한 소고- 정덕기

blueroad 2017. 1. 31. 20:47


                                                 우리예술가곡의 발전을 위한 소고

 

작곡가에게 바란다. -

 

정덕기(작곡가백석대학교 교수)

  

1. 들어가는 글 

   우리예술가곡이 발전하여 독일가곡이나 이태리가곡 프랑스가곡들처럼 세계적인 예술가곡으로 태어나기위해서는 각 분야마다의 역할이 다를 것이다예를 들면 성악가들은 외국가곡보다 우리예술가곡을 더 열심히 불러주고청중들은 우리예술가곡을 사랑하여주고기획자들은 우리예술가곡의 무대를 더 많이 열어주고방송매체나 언론에서는 우리예술가곡을 보다 더 많이 전달해 주고 화제의 기사를 발굴하여 실어준다면 훨씬 빨리 발전하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그 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질 높은 우리 예술가곡을 작곡해야한다는 것이다
성악가들에게 우리예술가곡을 부르게 하기위해서도청중들이 사랑하게 하기위해서도기획자들이 더 많은 무대를 열게 하기위해서도방송매체나 언론에서 더 많이 전달하게 하기위해서도 화제의 기사를 싣게 하기위해서도작곡가들이 먼저 우리예술가곡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어떤 평론가가 독일가곡이나 프랑스가곡은 아주 수준 높고 훌륭한 클래식음악이라 말하면서 우리예술가곡은 대중음악과 클래식음악의 중간정도의 수준으로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또 유학을 간 성악도들이 졸업연주를 준비할 때 지도교수로부터그래도 한국 사람인데 한국가곡 몇 곡을 프로그램에 넣을 것을 제안받기 일쑤라고 한다그 제안을 받아들여 우리가곡을 프로그램에 넣을라치면꼭 반주자들이 곡과 화성진행이 왜 이렇게 되었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오는 통에우리가곡을 뺄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나라에 서양음악이 들어 온지도 약 100년이 되었다. 1880년경 창가라는 이름으로 서양음악이 태동된 이 후, 1920년 홍난파선생의 봉숭아를 최초의 우리가곡으로우리의 예술가곡은 거듭 발전하여왔다그러나 몇몇 우리가곡 애호가들은 그 봉숭아나 초기의 가곡들을 가리키며 아직 이것들을 뛰어넘는 작품이 없다고들 하니 후배 작곡가의 한사람으로서 민망할 따름이다.

 

 이제 작곡가들에게 사명이 떨어졌다위와 같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도성악가들에게 우리예술가곡을 더 많이 부르게 하고청중들에게 더 사랑받게 하고기획자들에게 더 많이 우리예술가곡의 무대를 열게 하고방송매체나 언론에서 더 비중 있게 우리예술가곡을 다루게 하기위해서도더욱 수준 높고완벽하고재미와 감동 있는 우리예술가곡을 작곡하여 청중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가곡의 수준을 낮추고 쉽게 써야대중에게 우리가곡이 먹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그러나 쉽게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수준을 낮춘다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그렇지 않아도 우리가곡을 클래식음악과 대중음악의 중간으로 생각하는 판국에 어떻게 더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말인가최고의 질과 재미와 감동으로 청중에게 다가갈 때 우리예술가곡은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통하는 음악이 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음악이 세계를 점령할 때가 그리 멀지않았다고 생각한다왜냐하면 서양음악은 보편적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적 재료들이 이미 고갈이 된 상태나 마찬가지다그러나 한국의 음악은 아직 사용하지 않은 재료들이 그득 넘치지 않는가. 

그럼 우리예술가곡의 발전을 위해 우리 작곡가들에게 바라는 몇 가지 사항을 같이 살펴보고자한다.

 

2. 시 소재의 다양성 

 우리예술가곡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시의 소재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우리예술가곡의 시는 대부분 3.4, 7.5조의 정형시이거나 내재율을 갖춘 시로, ‘사랑’ ‘그리움’ ‘이별’ ‘고향’ ‘동경’ ‘추억’ ‘자연’ 등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였다우리예술가곡을 정리해 보면 대부분이 위와 같은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1940년대 김순남의 예술가곡에는 이미 탱자나 철공소와 같은 색다른 소재들이 등장하고 있다내가 아는 바로는 색다른 소재로 인기를 누렸던 최초의 예술가곡이 변훈의 명태가 아닐까 생각한다그 외에도 변훈의 ’ 김대현의 새우’ 등이 있었고 최근에 와서 이수인의 감자’ 한성훈의 국수나 한 그릇 하러가세’ 정애련의 거시기 유전’ 최현석의
떨이’ 그리고 내가 작곡한 와인과 매너’ 이외에 20여곡에 달하는 음식시리즈의 곡들과 분실광고’ ‘구두 닦는 소년’ ‘엘리베이터 안에서를 포함한 특이한 소재의 작품들이 있긴 하지만아직도 절대다수의 우리예술가곡은 서정적인 시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물론 그 서정적인 시도 좋다그러나 산문적이고 해학적이며전쟁이나 병사환상영혼악마분노등 기발하고 위트가 넘치는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여 작곡하다면우리예술가곡이 진부함에서 벗어나 청중들의 귀를 사로잡는 더욱 새롭고 풍성한 음악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3. 시와의 일치성 

  누가 나에게 예술가곡이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우선 가사와 일치하는 음악이라고 대답한다가사와 일치하지 않는그저 멜로디만 아름다운 음악은 예술가곡이 아니라 음표의 장난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다왜냐하면 모국어를 사랑하여 모국어를 가지고 곡을 쓴다면그것이 모국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렇지 않은 우리가곡이 대부분이다우리예술가곡은 출발점부터 잘못 되었다는 이야기다물론 서양의 영어 불어 이태리어 독일어 러시아어와 우리말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을 것이다그래서 서양의 언어처럼 꼭 맞지 않는 경험을 나도 많이 하였다그렇다고 하여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며더욱 고민하고 가장 시와 일치할 수 있도록 연구하여 우리의 언어가 예술가곡을 통하여 더욱 멋진 언어로 탄생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예술가곡은 시의 억양과 음악과의 일치시의 장단과 음악과의 일치시의 내용과 음악과의 일치 등과 같은 세 가지 면에서 시와 음악이 일치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1) 시의 억양과 음악과의 일치 

 보통 작곡가들은 멜로디와 가사의 억양이 서로 상반되어 충돌할 때 멜로디를 선택한다심지어 리듬을조금 바꾸면 주제의 손상 없이도 얼마든지 가사의 억양이나 장단을 살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예 가사의 억양은 배제하는 것인지아니면 일부러 억양과 장단을 헛갈리게 할 의도로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우리 가곡에는 가사와 동떨어진 그런 가곡들이 너무 많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는’ 곡이 참으로 많다는 뜻이다.

초기의 음악은 대부분 외국의 가락에 우리 가사를 억지로 집어넣어 부른 곡들이 많아 가사가 지닌 억양과 장단에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할 만큼 우리의 음악풍토는 너무 열악했다하지만 이제는 거기에서 벗어나서 억양을 제대로 살려내야 할 것이 아닌가
김소월님의 진달래꽃은  기가 겨워 실 에는으로 작곡되어야 하나 나 보가 역워 가 으로 작곡되어진다면 우리 국민의 언어생활을 방해하는 곡이 될 것이다.

 

2) 시의 장단과 음악과의 일치 

  또한 언어는 음의 길고 짧음즉 장단도 매우 중요하다유행가 중에 안개 낀 고()---속도로가 있었다그 때 그 자를 그 가수가 얼마나 길게 불러재끼는지 자를 부르고는 쉬었다가 속도로라고 발음하였다물론 그 때 자는 짧아야 한다. ‘높을 고자는 짧게 발음되기 때문이다그런 예는 얼마든지 있다과 말과 밤과 눈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학여고를 ()학여고로 발음하면 그저 학문이 없는 여고가 된다지명중에는 ()--이 있고 ()가 있다사람의 성 중에도 ()--몽주가 있는가 하면 ()약용도 있다정말 잘 구별하여야 할 것이다.

 

3) 시의 내용과 음악과의 일치 

  예술가곡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시의 내용과 곡과의 일치이다어떤 곡은 시의 내용이 슬픔으로 일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흥겨운 가락으로 씌어져 있다이것을 어떻게 해석하여야 할 것인가또 어떤 곡은 시의 내용이 쫒고 쫒기는 다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곡은 초지일관 너무 느린서정적인 멜로디로 작곡되어 있다.

이처럼 한국가곡은 시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모두가 한 사람의 작품처럼 거의가 틀에 박힌 멜로디만을 중시하는 서정가곡이다작곡가들은 시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시인이 시를 통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깊은 감성을 우선 공감할 수 있어야 가사와 일치하는 곡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작곡되어진 가곡이 시의 내용과 너무 동떨어져 어떤 분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그 때 그 분의 대답이  ‘지금은 그렇게 생각되어지지만 차원을 높여 달관의 경지에 들어가면 그렇게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며 오히려 내용이 맞지 않는 가곡을 차원 높은 가곡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씀하셨다.

 

4. 정확한 화성 

  외국의 연주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가장 큰 이유가 화성 때문이다예를 들면 아무리 좋은 내용의 글이 있다 하더라도 문법이 엉망이라 무슨 뜻인지 파악도 되지 않는다면 누가 그 글을 좋은 글이라 하겠는가화성은 문법과 비슷하다그래서 작곡하려고 하면 제일 먼저 가장 기초인 화성법부터 배우는 것이다.

 

1) 병행 1, 5, 8도의 의미

   우리가 낭만시대 이전까지의 화성을 이야기할 때 기능화성이라는 말을 쓴다기능화성이란 으뜸화음은 으뜸화음의 기능을 하고 딸림화음은 딸림화음의 기능을 하고 버금딸림화음은 버금딸림화음의 기능을 한다는 뜻이다이렇듯 같은 화음일 경우와 프레이즈가 끝나는 경우를 제외하고 각자의 기능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화음의 연결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을 손가락으로 예로 든다면, 손가락은 뼈는 뼈대로핏줄은 핏줄대로신경은 신경대로살은 살대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살아서 움직이고 자기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그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연결되지 않고 끊어져 있다면 그 손가락은 살아서 움직이는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다음악도 마찬가지다화음과 화음은 서로 연결되어야 살아서 움직이며 서로의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가끔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차이가 무엇이냐 하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그때 한마디로 대답한다클래식은 화음의 연결로 이루어진 음악이고 대중음악은 화음의 나열로 이루어진 음악이라고 설명한다물론 그것만이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차이를 전부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작곡하는 과정이 확연히 다른 두 가지 형태가 아니겠는가대중음악은 C코드 G코드는 있어도 그저 그것을 나열할 뿐이고 코드를 연결하는데 아무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그러나 클래식음악은 물론 코드도 중요하지만 그것의 연결에 더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화음의 연결이 몇 가지 이유로 이해되지 못하여 방치되고이론과 실제가 다른 것처럼 오해되는 경우가 있다.

곡을 쓸 때 항상 화성법풀이에서처럼 4성부로 작곡하는 것은 아니다물론 4성으로 되어 지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단성부로또는 2, 3성으로 작곡하기도 한다. 4관 편성의 대규모 관현악단을 쓰거나 36성부 합창곡이라 하더라도 대위법 음악이 아니고는 4성부 이상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그럼 왜 그렇게 성부가 많은가. 36성부가 있다고는 해도 4성부만 독립적인 성부이지 나머지 성부는 다 중복인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음연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병행과병행이 아닌 중복을 혼동하는 것이다중복이란 독립성이 없다는 뜻이다.

단성부란 독립적인 성부가 하나뿐이라는 뜻이다아무리 많은 악기를 동원하고 중복하여도 독립적인 선율이 하나뿐이면 단성부인 것이다 예를 들면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단성부로 시작한다전체 현악기의 합주와 클라리넷으로 위 선율을 함께 연주하지만 이 베토벤의 선율은 단성부이다병행1, 8도가 아니라 그냥 중복인 것이다병행1, 5, 8도는 다른 성부로 독립성을 갖고 있는 성부에서 병행1, 5, 8도로 쓰면 독립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만 이미 같은 성부로 독립성이 없는 곳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2성으로 작곡되어 있는 부분이라면 2성만 독립적이면 된다. 4성에서는 4성부만 독립적이면 된다나머지는 1도와 8도로 중복되어도 상관이 없다.

이것 때문에 많은 이들이 대가들도 다 이론과는 상관없이 마음대로 병행1, 5, 8도를 쓰는 것으로 오해하여독립적인 성부임에도 불구하고 병행1, 5, 8도를 함부로 쓰는 것 같다.

따라서 곡을 쓰는 사람은 우선 지금 쓰고 있는 곡 부분의 형태가 단성인지, 2성인지, 4성인지를 파악하여야 할 것이다만약 4성부로 작곡하는 부분에서 그 4성마저 서로 독립적이지 못하고 화성법에서 금했던 병행1도 5, 8도가 나온다면 화음이 서로 연결이 되지 않고 나열만 되어 본래 화음의 기능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2) 비화성음의 문제 

  곡을 쓸 때 화성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비화성음의 처리문제라고 대답한다작곡할 때 모든 음을 화성음으로만 작곡할 수는 없다필연적으로 화성 밖의 음즉 비화성음을 쓸 수밖에 없다만약에 빠른 페세이지가 있다면 무슨 수로 다 화성음으로 채울 수 있겠는가그리고 다 화성음으로 메웠다하더라도 그것이 음악적이겠는가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그래서 어떤 음은 화성음으로또 다른 어떤 음은 비화성음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그리고 이 비화성음을 잘 이용하면 오히려 긴장과 이완을 통하여 더욱 음악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많은 작곡가들은 그저 먼저 나온 음과 보다 긴 음을 화성음으로그 나머지를 비화성음으로 선택하기에 급급하다.

비화성음에는 강박에 쓰이는 비화성음으로 계류음과 전타음이 있고약박에 쓰이는 비화성음으로 경과음보조음그리고 예상음이 있으며그것들과는 상관없는 저속음을 포함한 보속음이 있다이것들이 다 비화성음이다이 중에서 그래도 우리가 비교적 어법에 맞게 잘 쓰는 것은 약박에 쓰이는 경과음보조음예상음 정도이다.

물론 이것도 순차적으로 연결되어져 어법에 맞게 씌어져야 할 것이다경과음은 순차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경과음이 되지 않아 잘못 쓴 예가 된다그리고 예상음은 계류음과는 반대의 개념이다예상음은 선율이 먼저 오고 화음이 바뀌는데 반하여 계류음은 화음이 먼저오고 뒤이어 선율이 나오는 형태이다.

우리 작곡가들에게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강박에 쓰이는 비화성음 즉 계류음전타음그리고 보속음이다그리고 이런 비화성음을 잘 사용하여야 음악이 돋보이게 된다대가들은 전타음을 우리가 그래도 쉽게 생각하는 경과음이나 보조음보다 더 흔하게 쓴다그들은 두음이 순차적으로 하행할 때나 반음으로 상행할 때에는 길이와 상관없이 대부분 전타음을 사용한다때에 따라서는 2중 전타음도 많이 사용하고한마디 이상을 전부 전타음으로 쓰는 경우도 흔하며한 곡 전체가 전타음과 그것의 해결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루어 진 것도 있다.

보속음을 사용하는 것 중에는 곡 전체가 으뜸음과 딸림음의 저속음보속음으로 된 것도 있다.

 

3) 4.6화음을 포함한 불협화음 해결의 문제 

 불협화음이란 불협화음정을 갖고 있는 모든 화음을 말한다그리고 모든 불협화음은 원인을 제공한 음이 다음화음에서 반드시 해결되어야만 한다이 해결이란 의미는 원인을 제공한 불협화음정의 음이 순차적으로 하행하는 것을 말한다불협화음정에는 장2277그리고 모든 증음정감음정이 있다.

또한 보통 간과하여 지나치는 불협화음정에는 베이스로부터 생기는 완전4도도 이에 속한다그래서 4.6화음은 베이스로부터 완전4도 음정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종의 불협화음이다그러므로 해결하는 의미에서 절대 단독으로는 쓰일 수 없고 종지적
4.6화음경과적 4.6화음보조적 4.6화음같은 화음 내에서의 4.6화음 등 4가지에 한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각종 7화음, 9화음, 11화음은 7, 9, 11그 자체가 불협화음정이므로 꼭 순차적으로 하행하여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그렇게 하여야만 화음의 연결문제도 쉽게 풀린다.

 

4) 다양한 화음 

  세상의 어떤 화가가 단지 빨강노랑파랑의 3가지 색으로만 그림을 그린다면 그 그림은 아마 유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어떤 효과를 위하여 일부로 그렇게 그렸다면 문제가 될 수 없겠으나 그 수많은 2차색, 3차색명청색암청색을 몰라서 단지 빨강노랑파랑색으로만 그린다면 어린아이의 수준에서 벗어나기가 힘들 것이다.

화음에도 당연히 I도 화음, V도 화음, IV도 화음의 3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2차색, 3차색에 해당되는 각종 부3화음, 7화음, 9화음, 11화음이 있다그리고 명청색암청색에 비견되는 다른 조성의 V도 화음이나 vii도 화음을 빌려와서 쓰는 부속화음부감화음부반감화음이 있고 장음계와 단음계의 성격을 바꾸어서 만든 각종 변성화음이 있다또한 보통 2, 4, 6, 7음에 변화를 주어 만든 이태리6화음독일6화음프랑스6화음의 증6화음과 나폴리6화음을 포함하는 각종 변화화음그것을 다른 조성에서 빌려와서 쓴 각종 부변화화음이 있고 이끈음을 2개 갖는 증속화음과 부증속화음각종 비화성음을 포함하는 화음 등 화음에도 수많은 종류의 화음이 있다.

그러나 기능화성에서는 이 모든 화음들이 기능적으로 3가지의 주요3화음에 속한다다시 말해 I도 화음의 기능을 하는 화음, V도 화음의 기능을 하는 화음, IV도 화음의 기능을 하는 화음이 그것이다부화음에서 ii도 화음각종 변화화음은 IV도 화음에 속하고, iii도 화음, vii도 화음부속화음부감화음부반감화음증속화음부증속화음은 V도 화음에 속한다. vi도 화음은 I도 화음의 기능을 한다. 

 

5) 다양한 전조

  우리가 교향곡의 작품명을 말할 때 보통 'L. v. Beethoven Symphony No.5 (운명) c minor Op.67'이라 한다그 때 이 곡이 c minor라 곡 전체가 c minor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은 아니다단지 c minor가 중심이 될 뿐그 속에서 다양한 전조들이 이루지고 있다는 뜻이다. 40분 가까이 되는 이 곡을 들을 때 하나의 길하나의 조성으로 작곡되어 있다면 얼마나 지루할 것인가이 곡은 1악장은 c minor로 되어 있지만 2악장은 Ab Major, 3악장은 c minor, 4악장은 C Major로 되어 있다악장별로 관계조에 의한 조성이 다양하다. 1악장에서 고뇌하는 운명을 표현하기 위하여 c minor를 사용하였다면 4악장에서는 승리의 기쁨과 환희를 표현하기 위하여 1악장의 같은으뜸음조인 C Major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악장 내에서도 다양함을 표현하기 위하여 수많은 전조들이 이루어지고 있다전조에는 온음계적 전조반음계적 전조변성화음을 이용한 전조변화화음을 이용한 전조7화음 증속화음 독일6화음 이태리6화음을 이용한 딴이름한소리 전조 등 실로 다양하다이것들을 대가들의 작품을 통하여 익혀야만 예술가곡 하나를 쓰는데도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느낌의 변화를 줄 수 있다.

 

5. 주제에 대하여 

 세상 모든 예술작품에는 주제가 있다소설,,수필,그림,조각,영화,사진 등 모든 예술작품에는 주제가 있다정물화를 보면 보자기 위에 과일이나 꽃이 꽂혀있는 항아리 등이 그저 무질서하게 놓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정물화의 주제가 항아리라면 그 큰 항아리가 중심이 되고 나머지는 항아리를 돋보이게 하기위한 의도로 과일이나 소품들을 구도에 맞게 나열한 것이다.

소설가인 친구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소설을 쓸 때 아이디어가 너무 많이 떠오르면 그 소설은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고 하였다무슨 말인고 하니 아이디어가 너무 많으면 그 모든 아이디어들을 버리기가 아까워서 소설 속에 다 집어넣다보면 잡탕이 되어 주제가 흐려져서 그 소설을 망치게 된다는 것이다그렇다대사 한줄대화 한마디도 주제와 관련지어 철저한 계산아래 쓰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모든 생활도하루하루의 삶도세상 그 어느 것에도 주제가 없는 것이 있겠는가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도 인생의 뚜렷한 목표다시 말해 확실한 주제가 있는 삶은어영부영 살아가는 삶보다 훨씬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음악에도 주제가 있다그러나 우리가곡에는 그런 주제를 내어놓고 바로 실종이 되어버리는 곡이 너무 많으니 이것이 문제이다.

 

1) 주제란 무엇인가?

  음악에서 하나의 음은 아무런 특성을 갖지 못한다그러나 음 몇 개가 서로 만나면 어떠한 고유의 특성이 나타나는데 그것을 음악에 따라 주제(Thema, Subject)혹은 동기(Motive)라 한다다시 말하면 특성이 나타나는 음악의 최소단위를 주제 혹은 동기라 하는데 2마디로 되는 것이 보통이다이것은 마치 화학에서 특성을 갖지 못하는 물질의 최소단위를 원자고유의 특성을 갖는 최소단위를 분자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화학에서의 분자는 음악에서는 주제가 된다.

주제는 참으로 중요하다강연회를 열 때 주제에 따라 청중이 구름처럼 몰리기도 하고 청중이 없어 파리를 날릴 수도 있다사람들이 좋아할 만한이슈에 맞는그리고 너무도 궁금해 하는 주제로강연회를 한다면 청중들이 많이 올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한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음악도 마찬가지다주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력 있는 주제라야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음악에서의 주제는 음악의 간판이라 할 수 있다.

 

2) 주제의 전개 방법

   좋은 주제로 강연을 한다하더라도 강사가 풍부한 지식과 유머러스하고 능수능란한 화술 없이 그 주제를 잘 엮어가지도 못하고 횡설수설한다면그 강연회는 성공할 수 없다마찬가지로 음악에서도 아무리 매력이 넘치는 주제라 하더라도 풍부한 상상력과 사전에 계산된 치밀한 전개 방법 없이 억지로 이끌어 간다면이 또한 청중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힘들 것이다그런 의미로 주제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전개 방법이다우선 전개를 잘 하려면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김치찌개를 잘 끓이려면 요리하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냉장고에 김치찌개를 끓일 수 있는 꺼리들이 풍부해야한다만약 꺼리가 없다면 우선 시장엘 다녀와 냉장고를 채워야 한다그 후 순서에 따라 끓여내면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일 수 있다음악도 마찬가지다.

또 어떤 음악은 시작할 때 주제를 제시해 놓고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음악도 있다이것은 강사가 그 날의 주제를 사랑이라 해놓고 사랑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물 이야기공기 이야기책 이야기컴퓨터 이야기 등 횡설수설하다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르게 끝내는 강연과도 같은 것이다우리나라에는 이런 횡설수설하는 음악이 너무도 많다.

나는 가끔 학생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모아놓으면 무엇이 되는지 아느냐고 질문할 때가 있다학생들의 여러 대답을 들은 후나는 한 마디로 그것은 쓰레기라고 대답한다그렇다주제가 빠진 횡설수설하는 강연이 쓰레기인 것처럼 이것도 쓰레기인 것이다.

보통 한국 사람은 감성적인 사고는 풍부한 반면 논리적인 사고가 부족하다고들 한다우리의 언어를 보아도 그렇다예를 들면 외국어에서는 보통 하나뿐인 감성적인 단어, ‘노랗다가 우리말에서는 그 때 그 때의 감성에 따라 노랗다’ ‘샛노랗다’ ‘노르스름하다’ ‘누렇다’ ‘누리끼리하다’ 등 표현방법이 수없이 많다그 반면 외국어를 우리말로 변역할 때 논리적인 단어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이처럼 우리는 논리적인 사고보다는 감성적인 사고가 더 발달되어 있다.

물론 이것을 장점으로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우리가 부족한 논리적인 사고를 키워 그 위에 우리의 감성을 십분 발휘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예술가곡은 이처럼 풍부한 상상력과 감성철두철미한 논리적인 사전 계산아래빈틈없는 주제의 전개로 음악을 짜 나가야 할 것이다.

 

3) 작은악절큰악절그리고 음악형식의 의미

   기능 음악에서 곡으로 인정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그 하나는 길이가 하나의 큰악절둘의 작은악절 8마디 이상이 되어야하고또 하나는 100마디 이상을 작곡하더라도 V도 화음이나 vii도 화음이 있어야 조성이 확립되어 곡으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작은악절이란 글로 치면 하나의 문장이다그리고 보통 주제 2마디에주제를 풀어주는 술어 2마디총 4마디로 이루어져 있다문장에는 간결체에 의한 짧은 문장과 만연체에 의한 긴 문장혹은 주어가 생략된 문장술어가 생략된 문장각양 각색이지만 작은악절은 주어와 술어 생략도 좀처럼 없고간결체 만연체도 없어 거의 예외 없이 4마디로 이루어져 있다그래서 4마디마다 숨을 쉬게만 해주어도 음악은 거의 무리가 없다그러나 작은악절이 4마디단위로 끊어지지 않으면 그때부터 음악은 문장이 잘못된 글처럼 이상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우선 자신이 없으면 4마디마다 끊어지는지만 조사해보라고 시킨다. 4마디 단위로 호흡만 이루어지면 그 음악은 문법에 잘 맞게 구성된 문장처럼 큰 문제는 없다.

 그 작은악절의 첫 문장은 보통 질문으로 되어있다그리고 다음 문장은 앞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이루어져있다이렇게 하나의 질문으로 된 작은악절과 또 하나의 대답으로 된 작은악절즉 2개의 작은악절로 이루어진 것을 큰악절이라 하며마디수로는 8마디다다시 말하면 큰악절 하나즉 질문과 대답으로 된 2개의 작은악절은 되어야 최소한 음악으로 인정된다이것을 한 도막 형식이라 한다. 2번의 질문과 대답은 두 도막 형식이 되고 마찬가지로 3번의 질문과 대답은 세 도막 형식이 된다음악은 경과구와 에피소드 등이 있기는 하지만 거의 질문과 대답의 연속으로 이루어지는 문장과 같은 것이다이 구조를 잘 이해하고 곡을 쓴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6. 시와 주제와 피아노와의 일치성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만해도 거의 모든 성악연주회 프로그램을 보면 피아노반주를 반주의 의미로 acc.(accompaniment)로 적혀져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그 어디에도 acc.를 쓰는 경우는 없다모두 piano 라고 적는다왜 그럴까이는 독창자와 반주자가 누가 주이고 누가 종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동등하다는 의미일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곡의 반주는 거의 대부분 연주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시작이나 도와주고 아무런 존재감도 없이 그저 코드진행만 일삼는다그러나 이것은 음악이 아니다그저 선율의 종이 되어 음악적 기능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곡에 있어 피아노 반주는 시의 주제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그래서 독창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2중주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화성법대위법악식론 등의 음악의 기초 이론이 완벽하게 습득되어져 있어야 할 것이다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피아노 반주의 몇 가지 표현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자 한다.


1) 코드위주의 반주

   화음을 화음덩이의 형태로 진행시키는 피아노 반주형을 말한다. 50% 이상대부분 예술가곡이 이 형태를 취한다물론 이 형태에도 작곡가 혹은작품의 성격에 따라 각양 각색의 반주형이 있을 수 있으며화성법 대위법의 기초지식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야 한다. Schubert ‘An die Musik’에서는 예술의의 단아하고 숭고한 느낌을 표현하였고. Schumann ‘Lieb liebchen, ler's Händchen’에서는 엇박자로 사용하여 사랑의 들뜬 마음을 나타내었다이처럼 같은 코드 위주의 반주라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느낌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2) 펼친화음 형태의 반주

   화음을 펼쳐서 반주를 하면 일반적으로 화사하고 화려하며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Schumann ‘Im wunderschönen Monat Mai’에서는 오월의 아름답고 화사함을 펼친화음을 통하여 잘 나타내고 있다.

 

3) 대위법적 형태의 반주

   노래선율(주선율)에 대하여 또 다른 선율(대선율)이 피아노에서 연주되는 경우를 대위법적 형태의 반주라고 말한다이렇게 되면 여러 선율이 같이 공존함으로 인하여 음악이 풍성해지며 재미있고 차원 높은 음악을 작곡할 수 있다.

 

4) 묘사하는 반주

   반주에서 최고의 형태는 직접적으로 무엇을 묘사하는 것이라 하겠다이 표현 방법이야말로 반주의 극치가 아니겠는가이런 표현에는 의성어를 묘사하는 것의태어를 묘사하는 것어떤 내면의 세계를 묘사하는 것그리고 음악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 등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의성어를 묘사하는 것의태어를 묘사하는 것보이는 형태를 나타내는 것그리고 어떤 내면의 세계를 묘사하는 것그리고 음악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등이 있을 수 있다.

 

() 의성어를 묘사하는 것에는 빗소리를 묘사한다든가시냇물소리를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며파도소리천둥소리말발굽소리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이밖에도 가곡에 흔히 등장하는 의성어로는 귀뚜라미소리개구리울음소리낙엽 구르는 소리사냥 중에 있을 법한 총소리 등 말할 수 없이 많으며우리는 시의 소재 중에 의성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할 것이다왜냐하면 음악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의태어를 묘사한 것 중에는 Schubert의 ‘Der Lindenbaum’에서 처럼 잎사귀가 파락파락 흔들리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 있다그리고 어린아이의 아장 아장 걷는 걸음걸이코끼리의 걸음걸이물레를 잦는 모습등이 음악에서 주로 쓰이는 의태어들이고보이는 형태를 나타내는 것으로는 구름이나 산그리고 그림조각 등의 모습을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 내면의 세계를 묘사하는 것에는 Schubert의 ‘Schwangesang’ 중 제13곡 ‘Der Doppelgänger’가 있으며 귀신과 겹쳐지는 주인공의 내면을 잘 묘사하고 있다그 외에도 어떤 사랑스러움을절망에 사로잡힌 모습을불구덩이 빠진 고통 등 음악적으로 다양한 내면을 묘사할 수 있는 부분이 참으로 많을 것이다.

  

5) 기존의 곡을 인용하는 반주

   기존에 있는 곡을 인용하는 곡으로는 러시아국가가 나오는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 ‘슬라브행진곡’, ‘내 주는 강한 성이요’ 루터의 코랄이 나오는 멘델스죤의 교향곡 제5 종교개혁’, ‘핀란드 국가가 나오는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 그리고 우리 애국가가 나오는 안익태의 한국환상곡’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그럼 왜 그것을 인용하는가그것은 그 기존의 곡이 지닌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이처럼 예술가곡에서도 이러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7. 국악적인 요소와 우리 가곡

   가끔 나에게 세계에서 통할만한 일반적이고 보편타당한 음악을 해야지 왜 한국적인 것을 고집하느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있다물론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그러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이 있다그저 하는 말이 아니다. 가장 절실한 말이다.

세계적인 작곡가 베토벤은 결코 세계적인 음악을 한 분이 아니다지극히 독일적인 사고와 방법그리고 재료로 음악을 한 분이다그러나 독일음악이 세계를 점령하니 그 분은 이미 세계적인 작곡가가 되어있었다우리는 우리 음악을 하여야 경쟁력이 있다세계적인 보편타당한 음악을 한다하여 색채나 느낌이 베토벤을 뺨치는 음악을 작곡하였다하여도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물론 구조와 생리가 다른 우리가 그렇게 할 수도 없을 뿐더러 하였다하여도 숫자 하나를 더하는 결과 밖에 또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나 그 수준이 민요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1) 3음계에 의한 선율

   우리 민요 중에서 새야 새야 파랑새야는 3음계로 구성된 대표적인 곡이다서양음계로 생각하면 장음계도 단음계도 아닌 믹소리디아 선법이다종지음을 첫음이라 했을때 마지막 3번째 음을 반음 낮추면 묘한 색깔의 음악이 된다선법은 3음밖에 없어 그러하긴 하지만 서양음악에서도 잘 사용되지 않았던 로크리아 선법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와 같은 방법을 적절히 섞음으로 우리 민요가 주는 단조로움을 탈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5음계에 의한 선율

   우리나라 의식의 노래 중에 정인보 작사김성태 작곡의 개천절의 노래가 있다.

이 곡은 참으로 의식의 노래에서 느낄 수 없는 묘한 분위기의 곡이다개천절의 예스러움을 살리기 위하여 작곡자가 믹소리디아 선법의 5음계를 사용하였기 때문이다그러고 보니 도라지타령도 믹소리디아선법이다일본국가 기미가요는 도리아선법의 5음계로 되어있다우리가 5음계로 작곡하더라도 판에 박힌 민요조의 장단에 장음계나 단음계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선법을 사용하면 어떨까그리고 또 대위법적으로 구성하면 어떨까?


3) 7음계에 의한 선율 

  동양의 5음계 ’ ‘’ ‘’ ‘’ ‘’ 여기에다 2음을 더하여 7음계를 만들면 서양의 7음계와는 전혀 다른 7음계가 만들어진다흔히 변치’ ‘변궁이라는 2음은 ’ ‘에서 반음 낮은 음으로 서양음계로 보면 #’ ‘이다그래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서양음계 ’ ‘’ ‘’ ‘’ ‘’ ‘’ ‘가 아니라 동양의 7음계는 ’ ‘’ ‘’ ‘#’ ‘’ ‘’ ‘가 된다.

나는 국악적인 요소로 작곡할 때도 될 수 있는 한 5음계도 좋지만 위의 7음계로 작곡하기를 권한다그러면 자연스럽게 민요의 수준에서 벗어날 수 있다그리고 장조일 경우에는 선법의 리디아와 같은 구성이 되고 단조일 경우에는 도리아와 같은 음의 구성이 된다또 시b을 이용하여 장조일 경우는 믹소리디아단조일 경우는 프리지아 선법으로 구성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음과 b’음을 동시에 다 사용할 수도 있는데 그때에는 바르톡의 배음열이 되기 때문에 또 다른 새로움을 표현할 수도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의 7음계를 사용하면 5음계에서 용이하지 않았던 전조가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어 음악적 단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국악적인 요소를 사용하면서도 12음계를 사용할 수 있다.

 

4) 화음의 구성 

  화음이란 2개 이상 음이 한꺼번에 나거나연달아 날 때그 어울림을 화음이라 하고, 보편적으로는 16배음의 영향을 받아
3도로 구성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음악은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에서 보듯 4도 구성이 더 잘 어울린다이것은 4도 구성의 음 3개로 되어 있다
보통 단독으로 쓰이기도 하고다양성을 위해 3화음으로 해결하기도 하는데소리의 느낌 때문에 보통 장 3화음으로는 해결하는 경우는 드물고보통 단 3화음이나 감 3화음으로 해결한다.

그리고 4도 위의 또 하나의 음을 첨가하여 4개로 쓰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것도 보통 단독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아래와 같이 단 7화음장 7화음감 7화음반감 7화음증 7화음 등 7화음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그 외에 각종 3화음, 7화음, 9화음변성화음변화화음증속화음부가화음 등을 사용하는데 기능적인 화음 진행이 아니라
보다 색채적인 화음으로 쓰인다.


지금까지 국악적인 요소를 어떻게 다양한 방법으로 음계와 화음을 통하여 우리 예술가곡에 접목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미흡하지만 이것이 국악적인 요소를 우리 예술가곡에 바르고 다양하게 접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8. 나오는 글

   여기까지 우리예술가곡을 어떻게 작곡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위에 서술한 것처럼 주제에 의해 통일되고,변화무쌍하고균형을 잘 갖추고끊임없는 대조가 이루어지고가끔씩은 반전을 통해 감동이 청중에게 전달이 되는 우리예술가곡을 쓰게 된다면성악가에게 부르지 말아라하여도 부를 것이며청중들에게 듣지 말아라하여도 들을 것이며기획자들에게 우리예술가곡의 무대를 열지 말아라하여도 열 것이며방송매체나 언론에게 우리예술가곡을 프로그램에 넣지 말라하여도 넣게 될 것이다.

하루 속히 그런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그 날이 우리의 예술가곡이아니 문화가 세계를 점령하는 그 첫날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원보, 경희대학교 대학원보사  2011. 09.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