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양식

보이지 않는 것을 팔아라

blueroad 2007. 11. 6. 12:58

* 보이지 않는 것을 팔아라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이제 서비스는 더 이상 서비스가 아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서비스란 본 상품에 더하여
무료로 얹어주는 주변적인 것'이라는

기존 통념이 무너지고
서비스가 상품의 핵심으로 대접받고 있음을 의미하는 얘기이다.

특히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가 엄정해지고
평가의 범위도 경영활동 전반으로 확장되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서비스가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로 부상하는 움직임이다.

Fortune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약 60%가 서비스 분야의 기업이고,
제조업체라고 기록된 기업조차도

사실상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탁월한 서비스가 기업 평가를 높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제조업체로 꼽히는 GE의 경우
총매출의 40퍼센트를 서비스 부문에서 거두고 있다.

운동화 제조업체로 유명한 나이키의 경우
디자인과 유통, 판매만을 담당할 뿐 정작 신발을 만들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제조업체로 여기고 있는 나이키 역시
실상은 서비스 기업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우수한 디자인과 손으로 만져지는 기능들 덕분에
고객에게 커다란 만족감을 주었더라도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서비스 상의 작은 실수 때문에
그 만족감이 일시에 무위로 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신 기능을 보유한 스타일리쉬한 디자인의 가전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구매한 소비자일지라도

사용 도중 사소한 문제로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다가
통화대기시간이 자신이 기대했던 것에서 단 몇 초라도 초과하게 되면

고객의 기분이 상하는 것은 물론
해당 기업에 대한 평가까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질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첫 통화한 콜센터 직원의 응대 태도가
조금이라도 무성의하게 느껴질 경우 고객은 불같이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기업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서비스의 비중과 가치는 갈수록 커져만 가고

고객의 기분은 이유조차 알기 어렵게 제멋대로 변화하는데
고객만족의 서비스라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성공적인 마케팅을 위해
‘이렇게 해야 한다’를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대신 ‘어떻게 사고할 것인가’를 보여 줌으로써
서비스 업그레이드의 길을 가이드한다.

새로운 마케팅이란
행동방식이 아니라 사고방식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진정한 고객만족 서비스를 실천하기 위한
『새로운 사고방식 12가지』를 제안하고

이를 통해 서비스에 대해 갖고 있는 마케터들의 잘못된 기존 신념들을 변화시키고
고객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12가지 방법 중 몇 가지 내용들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서비스
"서비스에 대한 기존의 오해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라"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제품의 이름을 더 알리는 것,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는 것 등을 목표로 삼고
정작 서비스는 그 목표 달성을 용이하게 할 윤활유쯤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보다 나은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

서비스 자체를 향상시키면 거대비용을 집어삼키는
광고나 홍보를 굳이 할 필요가 없게 된 사례들도 많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대부분의 서비스 담당자들이
공주병과 왕자병에 빠진 경우가 많다.

많은 심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라고 하면 60퍼센트 이상이
스스로를 상위 10퍼센트에 든다고 여긴다.

미국 대학교수의 94퍼센트는 자신이 다른 평범한 교수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고
대부분의 미국 남성들이 자신을 미남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서비스 담당자들은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실제보다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자신이 판단하기에 평균 이상의 서비스를 실천하려고
부단히 노력해야만 사실상 평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2) 설문조사를 제대로 하기 위한 조언
"무엇을 질문할까’보다 ‘어떻게 질문할까’를 고민하라"

설문조사를 계획하는 서비스 담당자들은
대체로 설문 문항 자체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본 장을 통해 저자는
설문 방법의 중요성을 이해시키고 조사방법을 교정해 준다.

예를 들어 고객의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다면
서비스 담당자가 아닌 제 3자를 시켜서 설문하는 것이 옳다.

가장 절친한 친구일수록 우리의 면전에 대고 단점을 말하기가 더 어려운 것처럼
서비스 담당자 앞에서 서비스 실책을 지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상품을 구매한 사람에게 ‘우리 회사의 서비스 중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식의 질문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질문은 이미 상품을 선택한 사람에게
자신의 구매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유능하게 보이고 싶어 한다. 따라서

이들 고객 앞에서는 오히려 자사 서비스의 강점을 부각시켜
안도감을 주는 것이 현명하다.



(3) 당신의 고객과 경쟁하라
"당신의 고객이야말로 최고의 경쟁자다"

우리 모두가 주지하듯 현존하는 수많은 경영전략들 속에는
항상 경쟁 및 경쟁사에 대한 가정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당신 회사의 경쟁사는 누구인가’, ‘그들은 업계에서 평가를 받고 있는가’,
‘당신이 어떻게 대응해야 그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자문하게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식의 사고 모델이 서비스 마케터들에게
약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된다고 강조한다.

서비스 마케터들은 전략을 수립할 때 경쟁사를 의식할 필요가 없으며
보다 넓은 시야에서 경쟁을 파악해야만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진정한 경쟁자는
바로 탁자 맞은편에 앉아 있는 고객이어야 한다.

각 행태들에 대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고
취향이 까다로운 고객이야말로

자신으로 하여금 부단히 노력하고
쉼 없이 채찍질하게 하는 최고의 목표가 될 수 있다.



(4) 말을 많이 할수록 고객들은 당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
"포커스를 통해 능력을 집중시켜야 살아남는다"

'30분 이내에 배달하지 못하면 피자를 공짜로 드립니다‘라는
광고 카피로 배달 속도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도미노 피자를 생각해보자.

도미노피자는 피자 배달 사업에서 빠른 속도를 내세워
경쟁자와 뚜렷하게 차별화했으며

고객들은 도미노피자하면
"빠르고 믿을 만한 배달"로 기억하게 되었다.

도미노피자의 이야기를 취재하려는 기자들이 몰려와
사장인 톰 모나건에게 성공비결을 묻자

그는 “단 한 가지,
잘 할 수 있는 일에 광적으로 집중했다”고 응답했다.

경쟁에서 우위에 서게 해 줄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
그것은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이다.

특히 하나에 집중하는 것은
자원 효율성 측면에서도 매우 유리하다.

자사 브랜드를 바라보는 고객들의 시각을 만들어 주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며

여러 가지 혜택을 줄줄이 설명한다고 해서
모두 고객에게 먹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포지셔닝을 할 때는 징검다리를 건넌다는 생각으로
한 번에 한 개씩 넘어야 한다.

또한 현재의 포지션과 다음 번 포지션 간의 간격이
너무 떨어져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존의 자랑거리와 전혀 무관한 것을 들고 나와
새로운 관점으로의 이동을 강요했다가는

새로운 이미지가 자리매김이 되기는커녕
고객들은 건너는 것 자체를 포기할 지도 모른다.



(5) 고객은 늘 투정을 부리는 아이와 같다
"고객에게 감사하고 아이에게 그러하듯 지킬 수 있을 약속만 하라"

서비스 마케터들은 고객과 우호적이고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존재 자체에 감사하고 항상 고객의 편에 서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 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투정부리는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손길을 한번 생각해보자.

부모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기꺼이 사주고 학교 등록금을 대주고
남들이 용서하기 힘든 실수를 저질러도 자녀에게는 무조건 관대하다.

심지어 자신의 돈과 명성,
그리고 마음의 안정까지도 자녀를 위해 희생한다.

아무리 미운 행동을 많이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물으면 자녀의 장점만을 얘기하곤 한다.

그리곤 잠자는 아이의 귓불에 대고 매일
‘사랑해. 고마워.’라고 말한다.

속도 경쟁에 휘말려 있는 현대인들은,
특히 빠른 서비스에 집착하는 서비스 마케터들은 모두 감사하는데 매우 인색하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감사의 표현을 많이 할수록
자녀가 올바른 길을 갈 가능성이 커지듯,

고객에게 감사하면 할수록
마케터가 기대하는 충성적인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6) 사소한 일들이 큰 일을 만든다
"고객의 평가는 특정 순간이 아니라 매 순간 진행된다"

소비자들은 기업과 최초 접촉하는 순간부터
기업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내리기 시작한다.

특히 서비스 마케터가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의 서비스 질이 고객 평가의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훌륭한 지식이나 재능,
또는 수년 간의 경험이 서비스 마케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 갖기를 일상화하고
오히려 아주 작은 일들,

예를 들어 사려 깊은 짧은 편지 한 장과 같이
아주 작은 일이 좀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고객 마음을 얻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때로는
매우 진부하고 유치해 보이는 방법이 의외로 잘 통할 수 있다.

노란색 포스트 잇에 자신의 서비스 가치관을 적어서
책상 위 혹은 전화기 주변 등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붙여두는 것이다.

처음엔 주변 동료의 시선이 의식되고 창피하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몸에 베인 습관을 고치는데 이 같은 유치한 방법이 특효약이 될 수 있다.



수많은 마케팅 연구자들이
진정한 마케팅 활동은

소비자가 구매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효용이 다하는 순간까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러한 상품 효용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는 힘은
바로 서비스에 있다.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느낄 수 있는’ 서비스의 특성상
서비스를 통해 기업은 고객과 무한한 교감을 형성할 수 있다.

서비스의 특징을 점검하고 서비스 이용 고객들의 기대와
불안감을 이해하는 일이 특히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저자는 서비스의 특징과 함께
서비스 이용 고객들의 마음을 이해시키고

때때로 직면하는 고객들의 비합리적인 요구에
마케터가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마케터에게 주어진 많은 한계들을 짚어보면서

새롭게 사고하는 것이
서비스를 실천하는 입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를 말해준다.

기업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연구하는 학자로서
지금까지 우리는 글로벌 수준의 마케팅력의 제고를 얼마나 소리 높여 강조해 왔던가.

그러나 최고의 마케팅을 실천하는데 필수적인
서비스에 관해서는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을까?

서비스를 기업 본연의 핵심적 활동으로 인정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고군분투 했던가,

아니면 혹시 아직도 서비스를
그저 주변적인 것으로 취급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간 우리의 서비스 행태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면서

서비스에 관해 새롭게 사고하는 방법들을
저자와 똑같은 마음으로 고민해보도록 하자.


이민훈 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