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삶

실리콘밸리 부자들은 왜 향락 대신 고통에 빠져드는가

blueroad 2019. 3. 30. 21:08


”이제 진짜 못해요. 한계예요. 죽을거 같아요.” 피트니트 센터에서 PT(Personal Trainnig)를 받을 때 종종 하는 말이다. 그 때마다 트레이너가 하는 말은 한결같다. “한두번 더 한다고 안 죽습니다. 힘 아끼지 말고 다 쏟아부으세요.”  


그 말대로 더는 못할 것 같은 순간에 한두번이라도 더 운동횟수를 늘리고 나면 어느새 고통은 사라지고 몸은 가뿐해진다. 이 기분 좋은 느낌은 적당히 운동했을 때는 절대 맛볼 수 없다. 고통의 순간을 넘어야만 찾아오는 만족감이다.  

스타트업의 성지이자 전세계 부의 상당 부분을 끌어모으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거부 혁신가들이 몇주일씩 고통스럽게 앉아 침묵하며 명상하고, 굶는 괴로움을 마다 않고 금식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는 냉수욕을 하는 등 고통에 천착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즈( NYT)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왜 실리콘밸리는 고통의 미덕에 집착하는가’란 제목의 기사에서 실리콘밸리 혁신가들이 “역사상 가장 거대한 합법적인 부의 축적”(아마존과 구글 등의 초기 투자자 존 두어)을 이룬 시점에 고통을 찾아 나서는 이유를 분석했다. NYT의 이 기사를 중심으로 혁신가들이 고통을 찾는 이유와 고통의 추구가 우리 삶에 가져다주는 혜택을 생각해봤다.

실리콘밸리 부자들은 왜 향락 대신 고통에 빠져드는가


1. 욕구가 즉각 충족되는 삶은 사람을 유약하게 만든다=“원하는 삶을 살려면 때로는 원하는 삶으로부터 벗어나 있을 줄 알아야 한다.” 미국의 저술가 팀 페리스가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란 책에 소개한 사진작가 브랜든 스탠튼의 말이다.  

사람들은 욕망이 충족된 상태를 원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쫓아가다 보면 오히려 점점 더 좋아하는 것에서 멀어지는 역설에 부딪힌다. 몸은 편안하게 누워 입맛 돋우는 단짠(달고 짠) 음식을 먹으며 TV 시청을 원하지만 이런 나태함이 오래 계속되면 건강하지 않는 몸이 되어 불편해진다. 몸이 원하는 편안함을 충족시키는 생활이 오히려 몸이 피하고자 하는 불편함을 초래한다.

식욕, 성욕, 물질욕, 명예욕 등 인간의 온갖 욕망은 야생마 같아서 원하는 대로 놔두면 어디로 튀어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알 수 없다. 이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이 고통이 궁극적으로 더 큰 평안을 가져다준다. 성과심리학자 짐 로허는 ‘스포츠를 위한 강인한 정신 훈련’이란 책에서 “고통을 사랑하라”고 역설한다. 고통은 우리의 심신을 한 단계 더 성장시켜주는 약이자 한계를 돌파하게 해주는 무기가 된다. 

2. 고통은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 속에서 치유제가 된다=각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인물들의 생각과 습관을 소개하는 저술로 유명한 팀 페리스는 금욕주의를 내세우는 스토아 철학이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사회에서 번성하는 최적의 운영체제(OS)”라고 비유한다. 시카고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에이더 팔머는 “스토아 철학은 내면의 평안을 추구한다”며 “(스토아 철학이) 무한경쟁 시대에 지친 사람들에게 놀라운 치유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사회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풍요롭지만 전세계 모든 사람들과 실시간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어느 때보다 스트트레스 강도는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욕망을 절제하는 금욕의 스토아 철학은 경쟁심과 비교의식에서 눈을 돌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들어 마음의 쉼을 가져다 준다. 

3. 고통이 몸과 정신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준다=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니스트 알렉산드리아 울프는 ‘피터 틸의 벤처학교“란 책에서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자신의 몸이 정교한 기계라고 여기고 더 잘 작동하고 코딩을 더 빨리 하도록 돕는 특별한 식단, 운동, 성관계 등 특수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한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몸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금욕이다. 예를들어 먹는 식품군을 더하고 빼면서 몸의 생산성 차이를 조사해 식단을 조절해가는 식이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선 채식주의자는 물론 곡물과 과일만 먹는 푸루테리언(Fruitarian)도 흔하다. 욕망을 억제하는 고통 속에서 정신은 더욱 맑게, 몸은 더욱 가볍게 만들어 심신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4. 고통 속에서 자기 자신을 알아간다=욕망을 참는 고통 속에서 우리는 욕망을 똑바로 바라보며 우리 자신을 직시하게 된다. 팀 페리스는 각 분야에서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얻은 결론을 “인생의 25%는 자신을 찾아내는데 써라. 남은 75%는 자신을 만들어가는데 집중하라”는 말로 요약한다. “나를 찾아내지 못하면, 나를 만드는 일을 하지 않으면,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지기 때문이다.(‘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중에서)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도 “2040년이 되면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이 알고 있는 것들 중 하나만 빼고는 모두 쓸모없어진다는 것을. 유일하게 쓸모있는 지식은 ‘당신 자신에 대한 앎’이다”라고 말했다. 고통은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고통 없이는 욕망 충족에 휘둘려 세상으로만 눈길이 쏠리기 쉽기 때문이다. 

트위터의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잭 도시는 매일 아침 5마일(약 8Km)을 걸어 출근하고 매년 10일간 묵언수행을 하는데 더해 최근엔 찬물 목욕과 매일 한끼만 먹는 1일1식에 관심을 갖고 있다. 커뮤니티 기반의 웹사이트 디그(Digg)의 설립자 케빈 로즈는 “아침에 개를 산책시킬 때 비가 오면 겉옷을 입지 않고 빗속을 걷거나 12월 눈 덮인 길을 맨발에 샌들을 신고 걷는” 고통을 자처한다.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에 따르면 타이탄(각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인물들)의 80% 이상이 매일 명상을 하고 45세 이상 남성 타이탄 대부분은 아침을 굶거나 아주 조금만 먹는다.

평생 방탕하게 써도 다 쓰지 못할 많은 돈을 쌓아두고 그들은 왜 명상의 지루함을, 금식의 배고픔을, 몸의 추위를 감수하는가. 풍요의 시대를 살며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급급한 순간에 생각해볼 만한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