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그 년!
정소슬
사타구니 감추느라
제 발등 얼어터지는 줄도 모르던
동백, 그 년이
뻐덩뻐덩 언 치맛자락만 자꾸 훔쳐대던
그 촌년이
하필 펑펑 눈 쏟아 붓던 날에
허벅지 안 속살이 터져
솜이불 같은 눈밭에
피를 한 동이나 뿌려 놓았는데
거참 미련한 년이로구나! 얼빠진 년이야!
다가가 봤더니
후훗… 저, 이제 여자예요!
비로소 여자가 되었으니
한번만 입맞춰주고 가면 안 되겠냐고
한번만 껴안아주고 가면 안 되겠냐고
불쑥 내민 입술이 얼마나 붉든지
또, 얼마나 달아 있든지
그 정도 단 입술이면
날 단번에 빨아 녹여버릴 거 같은
새빨간 陰門이
치마 밑에 수두룩 벌어 있었네.
어머니의 된장에 호박잎 쌈
정소슬
어머니의
된장에 호박잎 쌈
그 생각에
허겁지겁 어머니 집에 들러
배고프다 졸랐더니
된장에 호박잎 쌈
그건 없고
어머니 드시라고 지난 날 사 넣고 간
굴비 구이에 쇠고기 국이다
또 어머니, 나 떠나고 난 뒤
숨겨둔
된장에 호박잎 꺼내
혼자만
허겁지겁 쌈해 드실 모양이다.
새벽강 / 정소슬
새벽강이 산을 업었다
덜 깬 잠투정
는개로 꾹꾹 눌러 덮고
종- 종-
새벽길 간다
굽이굽이
자욱한 연무煙霧ㅅ길
휘돌아 간다
저 길 끝,
아득히 멀어져 가시던 아버지!
그, 아버지! 보다 늘 컸던
등짐.
달빛이 고운 날에는
정소슬
아이야,
이렇게 달빛이 고운 날에는
노란 밤길을 걷자
풀 이슬에 옷깃이 젖은들 어떠랴
서릿발에 발목이 빠진들 어떠랴
길섶, 푸드득 나는 비둘기
그 소스라친 소리 하나도
후에는
정겨운 이웃였다는 걸
추억하게 될 걸
강가, 폴짝 뛰어든 달이
흐늑흐늑 머리를 풀고
짓궂게 떠 내리는 모습도
후에는
마냥 그립기만 할거야
아이야,
이렇게 달빛이 고운 날에는
빈 가슴으로 뛰쳐나가
풍경을 노랗게 묻혀와
그걸 덮고 잠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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